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 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의 하이랜드 파크에서 축하 행진을 향한 무차별 총기 사건이 벌어져 최소 6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지역 부촌(富村)인 하이랜드 파크엔 백인과 함께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총기 사건에 대한 교민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이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아 교민 피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총격 사건은 이날 오전 10시쯤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거리 행진이 시작된 지 10여 분 뒤 발생했다. 30여 발의 총성이 이어지면서 행진이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수백명이 간이 의자와 유모차 등을 버리고 급히 대피했다. 총격범은 인근 빌딩 옥상에서 거리를 향해 자동 소총을 난사했다. 옥상에서는 고성능 소총 1정이 발견됐다. 하이랜드 파크 경찰과 시카고 당국은 기자 회견에서 총격으로 6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밝혔다. 근처 노스쇼어대 병원은 부상자가 36명 이상이며, 대다수는 총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시카고 북쪽에서 정차 지시를 거부하고 달아나던 용의자 로버트 크리모 3세(22)를 체포했다. 크리모는 보안이 허술한 건물 외벽에 부착된 사다리를 타고 옥상에 올라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얼굴과 목 등에 문신을 한 크리모는 ‘어웨이크 더 래퍼(Awake The Rapper)’라는 이름의 래퍼로 활동해왔다. 그는 소총을 손에 든 남자가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담긴 폭력적인 영상을 최근 유튜브 등에 올리기도 했다.
총격 직후 하이랜드 파크를 비롯해 시카고 북쪽 주변 지역에서 진행된 독립기념일 행사가 대부분 취소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독립기념일에 미국 사회에 슬픔을 안겨준 총기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며 “총기 폭력과 싸움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중심지에 있는 미술관 근처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 2명이 머리와 오른쪽 어깨 부위에 총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총격범을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