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국 켄터키주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실의 수업 모습. 팬데믹 이후 교사의 교과-행정 업무가 가중되는 한편 급여와 복지는 개선되지 않고 교권이 추락하면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급증했다. 교사 부족 사태는 중남부 주와 시골 지역에서 특히 심하다는 지적이다. /AP 연합뉴스

9월 새 학기를 앞둔 미국 초·중·고교가 심각한 교사 부족에 따른 파행 운영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반적인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특히 교사 부족 사태는 공교육 질 저하로 이어져 미래 세대에 장기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주(州) 교육 당국과 교사 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50주와 워싱턴 DC 등 교육구마다 교직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초·중·고 교사 320만여 명 중 30만명이 사직했다. 이들의 빈자리 상당수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학교 급식과 통학 버스 등을 담당하는 관리직도 필요한 인원의 3분의 1가량이 비어 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USA투데이와 CBS, ABC 등은 텍사스·미주리·뉴멕시코·콜로라도주 등에서 500여 학교가 교사 부족으로 주 4일 수업을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팬데믹이 끝나가지만 이번 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중단하며 거꾸로 가는 학교가 2000곳을 넘는다고 한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뉴저지주에서는 중·고교 수학·과학 교사가 부족해 다음 달부터 여러 반을 묶어 온라인 화상 수업을 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미 오하이오 콜럼버스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교사들이 개학 첫날부터 교육재정 투자 확대와 교권 향상 등을 위한 가두시위 행진을 벌였다. 사진은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 퇴직 급증을 중단하기 위해 교사들의 주장에 귀기울여달라며 내건 '선생님들을 우리에게 돌려달라'는 내용의 팻말. /AP 연합뉴스

각 주는 채용 요건을 대폭 완화하며 교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교육 전공이나 경력은커녕, 대학 졸업장도 없는 퇴역 군인이 최대 5년간 교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지난달 발효시켰다. 주 방위군이나 공무원을 학교 관리직이나 임시 대체 교사로 투입하고, 대학생이나 교직에 관심 있는 고교생을 보조 교사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은퇴한 고령 교사의 복직 규제도 없애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해당 지역 주민만 교사로 채용하던 관행을 바꿔, 아프리카와 인도, 필리핀 등 해외 개발도상국 교사들을 ‘수입’하기로 했다. 학교들은 평균 6만달러(약 8100만원) 수준인 교사 연봉을 20~30%씩 올리고, 인센티브도 늘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교사에게 관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일부 중·고교에선 청소와 급식 등을 맡을 인력이 부족하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에게 시급을 주고 일을 시켜 논란이 됐다.

지난 6월 여름방학에 돌입한 뉴욕시의 한 공립학교에서 교사들끼리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학력 격차 심화, 코로나 감염 우려와 위생 문제 등 행정 업무 가중, 교권 추락, 교내 총기 소지와 총격 사건 급증 등으로 인해 교사들이 업무에서 회의를 느끼고 탈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 같은 교사 부족 사태는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와 복지 탓에 10여 년간 누적된 문제다. 팬데믹으로 교사 업무가 가중된 가운데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학부모 간섭과 학생들 반항이 늘어나며 교권이 추락했고, 잇따른 학교 총격 사건, 인종·성·역사 교육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등이 맞물리면서 교단을 떠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미 교사의 44%가 “번 아웃(burn out·탈진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답해 모든 직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55%는 “조기 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