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에서 선임 고문을 지냈고 트럼프의 열렬 지지자인 켈리언 콘웨이(56)와, 그의 남편이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반대파에 서서 트럼프 낙선 운동을 펼쳤던 조지 콘웨이(59) 부부가 22년 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이혼한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두 사람은 4일 각각의 트위터에 “협의 이혼의 마지막 단계에 있으며, 두 사람은 네 아이를 포함해 우리가 공유했던 행복한 나날들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이혼 과정에 있다는 뉴스는 뉴욕포스트가 3일 처음 보도했다.

2017년 1월19일 워싱턴 DC의 유니언 역의 한 식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축하 만찬에 도착한 켈리언 콘웨이와 조지 콘웨이 부부. 두 사람은 지난 4일 협의 이혼 과정을 밟고 있다는 공동 발표문을 냈다. /AP 연합뉴스

베테랑 여론 조사가였던 켈리언은 2016년 7월 트럼드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고, 이후 대선 캠프의 책임자가 됐다. 2017년 1월 백악관 선임 고문이 돼, 폭스뉴스를 비롯한 TV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트럼프의 주장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경우에도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표현으로 적극 옹호했다.

반면에, 뉴욕의 유명한 변호사였던 남편 조지 콘웨이는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 여성인 전 아칸소 주 공무원 폴라 존스를 대변했다. 공화당원인 그도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트럼프가 2017년 5월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의 미 대선 공모 여부를 캐던 연방수사국(FBI) 국장 제임스 코미를 해고하자, 남편 콘웨이는 이를 법치(法治)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공격으로 간주하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때쯤 그는 미 법무부의 송무차관보, 인권 담당 국장으로 거론됐지만, 자신에 대한 인선(人選) 고려를 거부했다.

조지 콘웨이는 2018년 3월 이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트럼프를 겨냥한 거센 비판을 쏟아냈고, 현재 210만 명의 팔로워를 두고 있다.

그는 2019년 10월 애틀랜틱 몬슬리에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으며, 자기애(自己愛)적 성격 장애를 겪고 있다”고 기고했다.

그는 자신의 입장 변화에 대해 “나는 ‘네버 트럼퍼(Never Trumpersㆍ트럼프는 절대로 안 된다는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기회를 안 준다고 격분했지만, 그들의 예측은 소름끼치게 정확했다”며 “그들에게 사과한다”고 트윗했다. 조지 콘웨이는 온건한 공화당원들을 규합해서 트럼프의 2020년 재선을 막으려는 ‘링컨 프로젝트’를 발족하기도 했다. 이런 그를 놓고, 트럼프는 “백악관 고문인 아내의 성공을 시샘하는 완벽한 실패자(loser)”라고 조롱했다.

일부에선 정치적 견해가 극단적으로 맞서는 이들 부부의 삶이 워싱턴 정가에서 폭넓은 정치적 교제를 하기 위한 연기(演技)라는 추측도 있었고, 조지 콘웨이는 “아내의 명성을 이용해 트윗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남편은 주변 친구들에게 “우리 부부가 트럼프 대선을 도왔고, 아내의 대선 캠프 관리, 백악관 고문 진출에 나도 일조(一助)했다”며 “죄책감에서라도, 트럼프와 싸우는데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020년 8월 켈리언 콘웨이는 엄마 역할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 백악관 선임 고문 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고, 남편 조지도 ‘링컨 프로젝트’ 관련 일에서 손을 뗐다. 당시 아내는 “우리 부부는 많은 것에서 의견이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애들에 대해선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부의 맏딸인 10대의 클라우디아는 틱톡에 “아버지는 나를 신경 쓰지도 않고, 내 가운데 이름도 모른다. 엄마는 늘 나를 학대했다” “엄마는 코로나 확진 결과를 숨겼고, ‘트럼프는 내[켈리언]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켈리언은 작년 5월에 낸 회고록에서 남편이 자신의 상관인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경멸한 것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처음으로 내 등 뒤를 늘 지켜주던 남자가 언젠가 내 등에 칼을 꽂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남편은 (트럼프 비난) 트윗으로, 기본적으로 부정(不貞)을 저지른 것”이라고 썼다. 그는 또 “남편의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늘어나면서, 남편이 받는 반응과 관심은 (남편에게) 자석과 같은 것이었고 저항하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고 썼다.

부부의 이혼 소식에, 트럼프도 합류했다. 트럼프는 곧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정신 나간(wacko) 남편과 이혼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드디어 목에서 혐오스러운 알바트로스를 벗겨냈다. 매력이라곤 조금도 없는 최악의 실패자 없이, 이제 자유롭게 멋진 삶을 살게 됐다”고, 켈리언 콘웨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가 자신의 백악관 선임 고문이었던 켈리언의 이혼을 축하하며 남편 조지 콘웨이를 "혐오스러운 알바트로스, 실패자"로 조롱하자, 조지 콘웨이는 4월 뉴욕에서 열리는 트럼프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만나자며 하트를 날렸다. /트루스 소셜 스크린샷

남편 조지 콘웨이는 트럼프에게 “다음 달 뉴욕 시에서 열리는 E. 진(gene) 강간 및 명예훼손 사건에서 만나기를 고대하며, 포옹과 키스를 보낸다”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1990년대 중반 뉴욕시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