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수사국(FBI)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조치로 대러시아 수출이 금지된 항공기 부품을 러시아에 불법 수출한 혐의로 미국 거주 러시아인 2명을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러시아인 올렉 세르게예비치 파츨랴, 아군다 콘스탄티노바 마키예바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설립한 ‘MIC-USA LLC’란 이름의 회사를 통해 작년 5월부터 통제 대상인 부품들을 러시아에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는 이들이 로시야 항공을 포함한 러시아 항공사 세 곳으로부터 보잉 737 항공기의 브레이크 시스템 등 미국이 대러 수출을 중단한 여러 부품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튀르키예에 있는 회사를 거쳐 이 부품들을 러시아로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 차원에서 항공기 주요 부품과 전자기기 등에 대해 광범위한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 체포된 러시아인들 같은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러시아는 제재를 회피해 계속 이런 물품을 손에 넣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제재 대상 품목을 일단 중동이나 아시아 제3국에 있는 위장회사로 수출한 뒤, 그곳에서 다시 러시아로 보내는 수법이 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독자적으로 입수한 러시아 세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서방의 수출 통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에서 제조한 수천달러 어치의 항공기 부품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갔다고 전했다. 지난해 8개월 간 작성된 자료를 보면 단순한 나사부터 1개 당 29만 달러(약 3억8800만원) 정도 하는 항공기 엔진 점화장치까지 다양한 부품이 최소 5000번 이상 러시아로 반입된 통관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이 8개월 동안 러시아로 반입된 미국산 항공기 부품은 총 1440만 달러(약 192억8100만원)어치에 달하고, 그중 890만 달러(약 119억1700만원)어치는 보잉 제품이었다. 이런 항공기 부품 대부분은 서방 국가에서 아랍에미리트(UAE)나 중국 등 중동이나 아시아 지역의 거점을 거쳐 로시야 항공, 아에로플로트, 우랄 항공, S7 항공, 유테이르 항공, 포베다 항공 등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항공사들로 보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