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8월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있는 윤석열(왼쪽)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실·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국·미국·일본 3국 간 협력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 중국 패권주의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은 지난해 8월 미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당시 참여한 3국 정상인 바이든,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외교 무대의 뒤로 물러나면서 탄탄해졌던 3국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 정상은 지난해 8월 3국 협력의 큰 틀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이를 바탕으로 한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위기 상황 때 3국이 공조하기 위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 등 세 문서를 채택했다. “한·미·일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다”며 3자 공조의 제도화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합의문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 납북자·억류자·미송환 국군 포로 문제 해결,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인공지능(AI)·우주·사이버 협력, 해상 훈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추구 등 다양한 분야가 담겼다.

그런데 지난 7월 ‘큰형’ 격인 바이든이 고령 논란 속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낙마한 데 이어 8월엔 10%대 지지율로 고전해 온 기시다가 자민당 총재 불출마 선언을 했다. 지난달 대선에선 바이든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겠다고 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했다. 이어 지난 14일 한국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캠프 데이비드 원칙’ 등 합의문을 추진할 동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페루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윤석열(왼쪽) 대통령,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로 일본 총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캠프 데이비드에서 약속했던 주요 사업 중 일부는 이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무부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1.5트랙(정부·민간 합동)’ 대화인 ‘한·미·일 여성 경제 역량 강화 콘퍼런스’를 연기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임기 중 마지막 동북아 방문 때 방한(訪韓)을 취소하고 일본만 찾았다. 한국 정부가 물밑에서 추진해 온 한·미·일 3국 협력사무국의 서울 설치도 당분간은 어렵게 됐다. 3국은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만나 사무국 설치에 합의했지만, 한국의 국내 정치가 혼란에 빠지면서 실무 절차가 진행되기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매체들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외교·안보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대표가 “북한과의 교류, 미국으로부터의 독립, 중국과의 균형, 일본과의 강경 노선을 추구할 것”이라며 “한국의 외교 정책이 기존과 다른 노선을 향하리라고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WSJ는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위증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적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일 “이 대표가 북·러에 대해 더 유화적인 입장을 취할 전망”이라며 전문가를 인용해 한·미·일 협력이 후퇴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이 지난 5일 국회에 보고한 탄핵소추안(정족수 미달로 폐기)에는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한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이 탄핵 사유 중 하나로 명시됐다. 14일 통과된 2차 탄핵소추안에선 외교 관련 내용은 빠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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