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방문했을 때, 10여 명의 그린란드 주민들이 수도 누크에서 가장 큰 호텔 식당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트럼프 주니어 일행과 식사하며 사진을 찍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당시 누크의 한스 에게데 호텔 식당에서 이들에게 점심을 사며, 아버지 트럼프 당선인을 스마트폰으로 연결했다. 트럼프는 “여러분을 잘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의 한 호텔 식당에서 MAGA 모자를 쓴 그린란드 주민들과 식사하는 자리에, 트럼프 당선인이 스피커폰으로 연결돼 얘기하는 모습/X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아버지 트럼프가 그린란드가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중요하기 때문에 그린란드 획득을 위해서 “군사적, 경제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에, 그린란드의 누크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호텔의 CEO인 요르겐 바이-카스트럼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그날 MAGA 모자를 쓰고 트럼프 주니어가 주최한 오찬에 참석한 사람들은 15명으로,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자도 아니고 그저 공짜 점심을 준다고 해서 온 노숙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람들은 우리가 거리에서 보는 사람들로, 트럼프 주니어가 어떤 사람인지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 호텔 CEO는 “당시 식사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트럼프 주니어나 동행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마주치고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초청한 사람들이며, 그들은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우리 호텔에서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우리도 이상하게 생각했고, 그들은 호텔 식사비가 그들의 경제 능력을 넘어서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 호텔에선 보지 못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날 트럼프 주니어가 초청한 15명은 생선과 순록 고기가 포함된 전통적인 그린란드식 식사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나중에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트럼프에게 뭐든지 말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묻자, MAGA 모자를 쓴 한 그린란드 여성이 “우리를 사주세요. 그린란드를 사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에 대해선, 그린란드 현지 기자들은 전혀 인터뷰 접근도 허용되지 않고 그린란드 주민들이 모두 MAGA 지지자이며 미국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게 트럼프 장남 측이 짠 각본대로만 진행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또 실제로는 트럼프 전용기가 공항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호기심을 갖고 봤지만 일부는 트럼프 주니어에게 손가락으로 욕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획득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덴마크인인 호텔 CEO는 “우리는 거래할 물건이 아니며, 매각 대상도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린란드가 주민 희망대로 덴마크에서 독립해 주권국가가 된다 할지라도, 정부 예산의 3분의2를 지원하는 덴마크의 도움 없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방법은 없다. 또 5만6000명의 주민이 미국의 군사 지원 없이, 자력으로 그린란드 주변에서 확장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을 막을 길도 없다.

한편, 트럼프 주니어가 다녀간 이래, MAGA 모자를 쓰고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길 건너편 수퍼마켓 밖에서 행인들에게 100달러짜리 지폐를 나눠주며 동영상을 찍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한 그린란드 주민은 그린란드어 신문인 세르미치아크에 “열한 살 된 아들이 모르는 성인으로부터 100달러 지폐를 받아서 집에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호텔 CEO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장면을 목격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뜻밖의 행사에 즐거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디언의 문의에 대해, 도널트 트럼프 주니어의 친구로 누크 방문에 동행했던 아서 슈워츠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마주치는 노숙인들을 식사에 초청했다고 생각하느냐. 그런 질문은, 하는 사람 스스로도 어리석다고 느낄 정도로 터무니없다.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카메라가 쫓아다녔는데, 트럼프 주니어가 노숙인들을 모집하는 것은 못 찍었다는 얘기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