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20일 대통령 취임식 때 각종 프로그램에 사용될 도널드 트럼프 제 47대 미국 대통령의 공식 사진을 공개했다. 조명에 반사된 얼굴이 빛을 발하지만, 그는 화난 듯한 눈빛으로 정면을 주시하고 있다.
이 사진은 이후에 미국 연방 정부와 전세계 미국 대사관에 걸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사진과는 다르며, 취임식에만 쓰인다.
하지만 이 경사스러운 날에, 왜 트럼프는 약간 찡그린 듯이 한쪽 눈은 가늘게 뜨고 근엄한 표정을 지은 사진을 공식 취임식 사진으로 선택했을까.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자신의 취임식 사진으로 미소를 띤 모습을 택했다. 트럼프도 2017년 1월 자신의 45대 대통령 취임식 때에는 윗니가 드러나게 행복한 웃음을 띤 사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나한테 함부로 덤비지 말라’는 표정이다. 2023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혐의로 기소돼 2023년 8월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경찰에 출두했을 때, 의도적으로 노려보면서 찍은 머그샷 사진과 비슷하다. 가장 ‘트럼프스럽게’ 보이려고 그가 취한 포즈였다.
이 취임식 공식 사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의 백악관 대변인이 될 캐롤라인 레빗은 “미국.이.돌아왔다(America.Is.Back)”이라고 답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화난 듯한’ 사진에서 ‘스트롱맨’의 이미지를 본다고 보도했다. 한 친(親)트럼프 보수논객은 소셜미디어에 “아빠가 집에 돌아왔다(Dad is home)”며 워싱턴 DC의 새로운 분위기를 알리는 사진으로 환영했다. 물론 일부에선 트럼프가 선거 유세 때 강조했던 복수와 응징의 조짐을 이 공식 사진에서 읽기도 한다.
이 취임식 사진은 몇 주 전에, 트럼프의 수석 사진사인 대니얼 토로크가 찍은 것이다. 밑에서 조명을 비춰 얼굴에 약간의 그림자를 주면서 긴장감을 주는 촬영 기법을 썼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사망한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TV 드라마 ‘트윈 픽스’ 영화 ‘블루 벨벳’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쓰던 촬영 기법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트럼프는 자신이 어떻게 보여져야 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고, 매우 세밀하게 개입하고 결정하는 타입이라고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의 수석 사진가였던 쉴러 크레이그헤드는 “그는 카메라와 컴퓨터 스크린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자신이 정확한 방향을 보고 있는지를 확인했고, 만족하면 컴퓨터가 아니라 인화지에 인쇄된 사진으로 보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사람들은 그가 이런 류(類)의 포즈를 꽤 오랫동안 취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공동 제작하고 호스트를 했던 NBC 방송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Apprentice)’부터 머그샷, 작년 7년 암살 시도를 가까스로 피했을 때 주먹을 불끈 쥐며 “싸우자(fight)”고 외칠 때의 모습까지, 그는 외부에 강렬한 모습이 표출되기를 선호한다. 그는 과거에도 자신의 초상 사진을 찍는 작가들에게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처럼 보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전기(傳記) 작가인 티머시 오브라이언은 이번 47대 미 대통령 취임식 공식 사진을, 영화 속 배우 클린턴 이스트우드의 표정과 머그샷이 결합된 산물로 해석했다.
트럼프의 45대 미 대통령 취임식 때 웃는 모습의 사진을 찍었던 크레이그는 “사실 트럼프는 그 사진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는 “트럼프가 이 사진을 승인했다는 것은 그도 만족한다는 얘기”라며 “지난번 취임식 때 이 사진이 있었으면 좋아했을 것”이라고 했다.
크레이그는 “찌푸린 얼굴은 그가 좋아하는 포즈로, 웃으면 약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트럼프는 취임식 사진을 통해, 이제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