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47대 대통령 취임식(20일)을 이틀 앞둔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주변에서는 ‘국민행진(People’s March)’ 단체가 주도한 트럼프 반대 시위가 열렸다. 주최측 추산 5만여명의 시위대는 “강간범 중범죄자 대통령” “최고 범죄자” 같은 피켓을 들고 “꺼져, 트럼프(Fxxx Trump)!”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백악관 주변을 돌아 링컨 기념관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시위는 8년 전 트럼프의 45대 대통령 첫 취임을 앞두고 워싱턴에서 하루 시위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50만명이 모여 ‘반(反)트럼프’를 외쳤던 ‘여성행진(Women’s March)’ 단체를 주축으로 좀더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모여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시위에는 여성 인권은 물론 낙태, 반전(反戰), 팔레스타인, 이민, 트랜스젠더, 민주주의, 기후 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각양각색의 구호를 외쳤다. 모두 트럼프와 공화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첨예한 쟁점을 만들었던 정치 이슈들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몇 달 동안 가장 큰 규모의 반트럼프 시위”라고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47대 대통령은 범죄자의 수장” “우리는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뽑았다”처럼 미 역사상 최초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의 사법적 흠결을 조롱하는 피켓이 많았다. “트럼프가 있어야 할 곳은 백악관이 아닌 감옥”이라며 트럼프가 철창 안에 있거나 수갑을 찬 사진도 단골로 등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젊은 여성은 “왜 총보다 여자들이 더 제약을 많이 받아야 되느냐”며 “(대선에서 트럼프 상대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남자였다면 해리스가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는 8년 전 취임식을 앞두고 당시 약 50만명이 모였던 규모에 비하면 10분의 1수준인 최대 5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치 매체 더힐은 “일부 사람들이 트럼프의 두번째 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수치 변화”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듯 시위 주최 측은 미 언론 인터뷰에서 “워싱턴 역사상 가장 컸던 (8년 전) 시위보다 참여율이 낮다고 해서 그게 행진 참가자들의 약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8년 전과 비교해 보다 많은 이슈에 관련된 사람들이 더 광범위하게 시위에 참여하도록 저변을 확대했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날 시위는 시위대가 행진하는 워싱턴 일대 도로를 경찰 인력이 모두 폐쇄하고 엄중한 경비 속에 이뤄졌음에도 ‘미국 우선주의(MAGA)’ 모자와 옷을 입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때때로 난입하며 곳곳에서 충돌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도 발생했다. AP통신은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긴장의 순간이 있을 때마다 경찰이 개입해 이들을 분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