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17일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성공적인 관계 중 하나고,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탱하는 필수적인 존재”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새로운 의회가 중추적 파트너십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 게 명백한 이익”이라고 했다.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는 차기 보수 정부의 다양한 과제를 망라하고 있는데, 트럼프 2기 정부가 상당 부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리티지재단은 이날 앤서니 김 연구원과 데릭 모건 부사장 명의로 된 보고서에서 “한미동맹은 인·태와 그 밖의 지역에서 평화, 경제적 번영, 안보를 증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왔다”며 “워싱턴과 서울이 굳건한 기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검증된 동맹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때”라고 했다. 상당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비로 분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못한 반면 한국은 이 비율이 GDP의 2%를 웃돌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1953년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한국은 신뢰할 수 있고 충성스러운 미국의 동맹국임을 계속해서 증명해왔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2기에서 한미가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구성,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 인공지능(AI) 및 바이오 기술 개발 협력, 에너지 무역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트럼프가 1기 때 한미 FTA 재개정을 주도한 것을 언급하며 “워싱턴과 서울은 업그레이드된 FTA의 효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가장 진보적인 양자 무역 협정이 미국의 경제·안보 목표를 충족하는 더 큰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RDP는 국방 분야에서 무역 장벽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으로 ‘방위산업 분야의 FTA’라 불린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의 투자로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조선 분야에서 생산 목표를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달성하고 또 다른 국방 관련 투자를 미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23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7개국) 정상회의 확대 세션. /뉴시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한국의 G7(7개국) 가입을 지지했다. “활기찬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G7에 속할 자격이 있다”며 “최근의 정치적 혼란은 다시 한번 이 나라의 주목할 만한 민주주의 회복력과 민주주의 제도의 힘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현재 리더십 위기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유·책임·상식의 원칙을 보여준다면 미국은 2025년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 때 한국을 회원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맞게 G7의 고정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G7 플러스 외교’를 추진해 왔는데, G7 50주년을 기념하는 캐나다 앨버타 정상회의(6월)가 적기라고 보고 있다. G7이 확대될 경우 한국은 호주 등과 더불어 가입할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앞서 워싱턴을 대표하는 또 다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역시 한국의 G7 가입을 지지한 바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비상 계엄·탄핵 정국과 관련해 “미국은 한국의 민주적 적법 절차를 존중하고 현재의 정치적 혼란을 효과적이고 시의적절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미는 기복이 있는 시기에도 변함없이 충실한 파트너였다”며 “이제 워싱턴과 서울은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검증된 동맹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때”라고 했다. 트럼프는 2017년 11월 방한 당시 국빈 만찬 연설에서 “한미는 진정한 파트너로서 우리는 도전과 기회의 시기를 거치며 변함없이 충실한 친구로 남아있다”며 “우리에겐 큰 기회가 있고,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오종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