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AFP 연합뉴스

퍼스트 레이디 룩은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유행을 뛰어넘는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는다. 20일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선 4년 만에 ‘퍼스트 레이디’ 자리에 복귀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퍼스트 도터’ 이방카 트럼프의 패션이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모자를 착용했는데 멜라니아는 흰색 테두리 장식이 된 검은색 원형 모자를 썼다. 챙이 넓어 웬만해서는 멜라니아의 시선 처리를 감지하기가 어려웠다. 이방카는 상의와 깔맞춤을 한 다크 그린 색깔의 베레모를 쓴 것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두 사람 모두 취임 행사의 ‘씬 스틸러(scene stealer)’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가 1월 20일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60대 대통령 취임식장에 도착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멜라니아는 이날 짙은 네이비색 울 코트와 같은 색의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실크 울 펜슬 스커트, 목 위로 약간 올라오는 크림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고 등장했다. 구두 역시 같은 색의 굽이 높은 펌프스(발등 부분이 드러나 깊이 파져 있는 것이 특징)를 신었고, 검은색 가죽 장갑으로 포인트를 줬다. 전직 모델인 멜라니아의 몸에 딱 붙는 착장이었는데, CNN와 패션지 보그 등은 이날 의상이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아담 립스(Adam Lippes)의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멜라니아의 단골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1기 때도 마이클 코어스와 함께 즐겨 입은 몇 안되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한다. 모자는 에릭 자비츠(Eric Javits)의 제품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멜라니아가 미국식 패션 갑옷을 입고 워싱턴으로 돌아왔다”며 “마치 마피아 미망인이나 이름 없는 종교 집단의 고위 성직자 같은 인상을 풍겼고, 거기에는 약간의 ‘마이 페어 레이디’(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같은 느낌도 있었다”고 했다.

19일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에 참석한 멜라니아 트럼프(왼쪽)와 우샤 밴스(오른쪽). /AP 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가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자신의 자녀들과 이동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보그지는 “립스를 선택한 것은 멜라니아 트럼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패션 커뮤니티에 계속 관여할 것임을 시사한다”며 “독립적인 신예 미국 기업을 띄울 수 있는 영부인의 힘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멜라니아는 2017년 트럼프의 첫번째 취임식에선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의 대명사인 랄프 로렌의 하늘색 수트를 입었다. 취임식 하루 전인 19일 알링턴 국립묘지 내 ‘무명 용사의 묘’ 헌화 때는 디올 케이프 코트에 강렬한 붉은색 밑창이 돋보이는 크리스찬 루부탱 하이힐을 신어 눈길을 끌었다. 반면 J D 밴스 부통령의 배우자인 우샤는 하얀색 코트로 영부인과 흑백 대비를 이뤘는데, 이는 미국 디자이너 세르지오 허드슨(Sergio Hudson)이 디자인 한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는 V자 네크라인이 돋보이는 블레이저와 밑단이 비대칭인 펜슬 스커트를 입었다. 머리를 말아 올려 베레모를 썼는데 모두 다크 그린으로 통일한 모습이었다. 이방카는 검은색 가죽 장갑을 낀 채 검은색 디올 가방을 들었다. 액세서리는 스터드 귀거리로 심플한 편이었고, 신발은 힐이 길면서 얇고 굽이 높은 스트레토 힐 구두를 신었다. 이방카는 취임식 전날 트럼프가 주재한 ‘촛불 만찬’에서는 어깨 라인이 드러난 꽃무늬 자수의 펀칭 오프숄더 이브닝 드레스룩으로 만찬장을 빛냈다. 인스타그램에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올리며 “아버지 47대 대통령 취임 전날 촛불 만찬에서의 잊지 못할 저녁”이라고 했다. 이방카는 공식 석상에서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 캐롤리나 헤레라, 마이클 코어스를 자주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스카 드 라 렌타는 로라 부시·미셸 오바마·질 바이든 여사 등 역대 영부인들이 가장 즐겨 입은 브랜드로 유명하다.

이방카 트럼프가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촛불 만찬' 참석에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