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북한 김정은을 언급하며 “사람들은 그를 엄청난 위협으로 봤고 이제 그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세력(nuclear power)”라며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 그도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고 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도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같은 표현을 써서 불필요한 논란을 불렀는데, 트럼프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트럼프와 헤그세스의 표현 모두 핵확산방지조약(NPT)이 공인하는 ‘핵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실제 핵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게 그간 미국과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이날 트럼프의 언급은 그가 백악관 오벌오피스 책상에 앉아 여러 행정명령을 서명하는 동시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갖는 와중에 나왔다. 한 기자가 “2017년 백악관을 떠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요 안보 위협으로 북한을 지목한 것처럼, 이날 퇴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위협을 지목했냐”라고 물었다. 아직 트럼프 2기 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즉흥적인 대답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직후 다시 한번 북한에 관여할 뜻을 내비쳤다. 이날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이 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청문회에서 “40대 독재자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 정책” “어떤 제재도 그가 (핵)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했었다.

트럼프는 이날 저녁 열린 군 관계자를 위한 무도회에서도 김정은을 언급했다. 이날 정오를 기해 군(軍) 통수권을 넘겨 받은 그는 경기도 평택 소재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한국이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느냐?”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을 의식한 듯 “여러분들은 매우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를 대하고 있다”며 “내가 비록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발전시켰지만 그는 터프한 녀석(cookie)”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1기 때인 2017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캠프 험프리스를 나란히 찾은 바 있다. 주한미군은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 후 첫 소통을 한 해외 주둔 장병이 됐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리조트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에 대해 “그가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condo capabilities)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부동산 디벨로퍼 출신인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북한의 관광 자원 개발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8월에도 “김정은은 똑똑하고 진짜 권력자로 우린 아주 잘 어울렸다” “러시아, 중국, 한국 사이에 정말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훌륭한 부동산을 갖고 있고 양쪽 바다 해안가에 아름다운 콘도가 올라가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 김정은에게 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