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아침 워싱턴DC 의회에서 취임식이 열리기 전 관례대로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백악관으로 향했다.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관례에 따라 미국 현직 대통령과 차기 당선인은 백악관에서 차담을 나눈 뒤 취임식 장소까지 대통령 전용차(The Beast·야수)를 타고 함께 이동한다.
트럼프 부부가 차에서 내리자 계단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바이든은 먼저 손을 내밀며 트럼프를 맞이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보고 짧게 한 마디를 건넸는데 미 언론들은 “집에 온 걸 환영한다(Welcome home)”는 두 마디였다고 보도했다. 45대 대통령을 먼저 지내고 이번에 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는 이미 4년을 백악관에서 보낸 경험이 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백악관에서 우리가 머물던 방들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4년은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바이든은 작년 11월 13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꺾고 당선된 지 일주일여 뒤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차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때 트럼프를 본 바이든의 첫마디는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Welcome back)”였다. 트럼프의 재선을 축하하는 의미였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30분 넘게 차담을 나눈 뒤 전용차에 나란히 타고 오전 10시 30분쯤 취임식 장소인 의회로 향했다. 백악관에서 의회까지는 통제된 도로를 따라 10분이 걸렸다. 전용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백악관을 출발하기 전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고 트럼프 역시 이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가 취임 연설에서 “지난 4년간의 미국의 쇠퇴는 이제 끝났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바이든의 친환경·에너지 정책 등을 모두 뒤집겠다는 행정명령을 선포할 때 트럼프 뒤에 앉아있던 바이든의 얼굴 표정은 굳어졌다. 트럼프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취임도 하기 전 자신의 공로로 강조할 때에야 바이든은 이날 취임 연설 도중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바이든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과 관련 “우리 바이든 정부의 공로”라고 최근까지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트럼프가 아닌 자신에게 치는 기립 박수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