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둘째 날인 21일 백악관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를 접견했다.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정부 2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전날 사전 회의에서 J D 밴스 부통령이 존슨에게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존슨이 반드시 그 광경을 영상으로 남기자는 제안을 했다.
밴스가 웬만한 정치인이라면 한 번쯤은 가봤을 오벌 오피스에 발을 들이지 못한 건 그가 1984년생으로 역대 세 번째로 젊은 부통령이고, 상원 입성도 2022년에 해 정치 경력도 상대적으로 일천하기 때문이다. 밴스가 상원의원이 됐을 땐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었고, 야당 정치인에 지도부도 아닌 그가 백악관에 갈 일이 거의 없었다. 21일 밴스의 첫 오벌 오피스 방문은 왼손에 신문을 든 트럼프가 안내했다. 이미 1기 때 이곳을 집무실로 사용한 트럼프는 아무런 어색함이 없었다.
집무실에 들어선 밴스는 “와우” “놀랍다”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존슨은 “J D 밴스가 처음으로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발을 들였다”고 했는데, 22일 이런 모습이 담긴 28초짜리 영상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연방 의전 서열 1위인 대통령이 안내하고, 3위인 하원의장이 촬영한 2인자(부통령)의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반나절 만에 조회수가 약 500만 회에 육박했는데 거기에는 “아메리칸드림은 잘 살아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는 밴스가 정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흙수저’ 출신으로 개천의 용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 지역)’인 오하이오주(州)에서 태어난 밴스는 가정 폭력을 일삼던 부친, 마약 중독자인 모친 아래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했다. 자신이 겪은 빈곤, 무너지는 가족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가 2016년 베스트셀러가 됐고 동명의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져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들었다. 모친 베벌리 에이킨스는 지난 20일 의회 의사당에서 자신의 아들이 연방대법관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밴스는 나이가 41세에 불과해 트럼프의 뒤를 이을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제국의 후계자로도 기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