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암살 당하기 직전의 존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모습. 옆은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 케네디 암살 이후 CIA의 개입 여부 등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위키피디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과 관련된 비밀 자료를 공개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사건은 단독범의 소행으로 조사됐지만, 그간 미국 일각에서는 CIA(중앙정보국)나 옛 소련 등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행정명령엔 케네디의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1968년 암살),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1968년 암살)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들의 가족과 미국 국민은 진실과 투명성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이 일을 오랫동안, 수십 년간 기다려 왔다”고 했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국가정보국장과 법무장관이 케네디 전 대통령 관련 자료는 15일 이내에, 로버트 F 케네디와 마틴 루서 킹 관련 자료는 45일 이내에 공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트럼프는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취임식 연설에서 “연방 정부의 과도한 비밀주의를 폐지하겠다”며 케네디 암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간 CIA를 비롯해 FBI(연방수사국), 법무부 등 정부 내부에 비밀스러운 관료 집단이 있어 자신과 같은 선출직의 권력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펜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복지장관 지명자에게 전달하라고도 지시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인 그 역시 큰아버지(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에 대해 “단독 총격범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CIA 연루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트럼프는 집권 1기였던 2018년에도 케네디 암살과 관련한 1만9000여 건의 문서 공개를 승인했고, 2022년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1만3000여 건의 또 다른 문서를 공개했다. CIA와 국방부, 국무부에는 정보원의 신원 보호 등을 이유로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문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수백만 건의 정부 기록 중 아직 완전히 기밀 해제되지 않은 것은 수천 건에 불과하다”면서도 “암살과 관련한 대중의 관심은 여전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