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추방당한 불법 이주자들 - 지난 24일 미국에서 본국으로 추방당한 베네수엘라 등 국적의 불법 이주자들이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버스에 탑승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트럼프는 전 세계에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에 불법 입국하면 엄중한 결과를 마주할 것”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수갑을 찬 불법 이민자들이 줄지어 군용기에 탑승하는 사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시작과 함께 전례 없는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린 것이다.

이 사진에 등장한 사람들은 과테말라에서 미국 입국을 시도했다 붙잡힌 이민자들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군이 C-17 군용기 두 대를 사용해 텍사스·애리조나에서 각 80명의 불법 이민자를 과테말라로 추방했다”고 보도했다. 이민 당국이 군용기를 사용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강력한 추방 의지를 보이며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강도 높은 반(反)이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국경 장벽 건설을 재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경 지대 보안 강화를 위해 미군 병력을 배치하겠다는 공약도 신속하게 실행하는 모습이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가 지시한 남서부 국경 군대 배치를 위해 육군 최정예인 82공수사단·10산악사단이 포함된 전투 병력 약 5000명을 준비시켰다. 두 부대 모두 유사시 전 세계 어디든 24시간 안에 투입돼 활동할 수 있는 신속 대응 부대(IRF)로, 그간 미군의 해외 전투 지역에 파병돼 온 육군의 핵심 전력이다.

미국에서 추방되는 불법 이민자들이 군용기에 탑승하는 모습.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X(옛 트위터)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불법 이민자 체포와 단속에서 성역(聖域)으로 여겨지던 학교와 교회에 대한 공권력 집행도 추진하고 있다. 이민자 관련 법과 규정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망명을 신청한 불법 이민자들의 임시 체류 지위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 경우 기존 불법 체류자와 함께 추방 대상자가 1400만명으로 급증하게 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처음 서명해 발효시킬 법안도 불법 이민자 관련 법안이다. 지난 22일 연방 하원은 ‘레이큰 라일리법’이라고 명명된 불법 이주민 구금 관련 법안을 찬성 263대 반대 156으로 가결했다. 표결 당시 민주당 의원 46명도 찬성표를 던졌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앞서 상원에서도 통과된 이 법은 트럼프가 서명하면 발효된다. 불법 입국자가 강도·절도 등으로 기소 또는 체포될 때 당국이 구금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 이름에 붙은 레이큰 라일리는 지난해 2월 조지아주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게 살해된 여대생 이름이다.

미국 외교도 불법 이민자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과테말라·엘살바도르·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미와 카리브해 5국을 찾을 예정이다. 루비오는 이번 방문을 통해 각국 정부에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에 적극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