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열리는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결정전인 제59회 ‘수퍼볼’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맞붙는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트래비스 켈시가 5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큰 영광”이라며 “세계 최고 나라의 대통령이 오는 것이니 흥분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켈시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팝의 여제(女帝)’ 테일러 스위프트의 남자친구다.
올해 수퍼볼은 약 7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 시저스 수퍼돔에서 치러진다. 올해는 트럼프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등 유력 인사들을 데리고 총출동할 것으로 알려져 판이 더 커졌다. 특히 정가에선 트럼프와 스위프트의 어색한 조우가 있을 가능성이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 2030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지대한 스위프트 지지 선언을 얻기 위해 회유·압박을 병행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수퍼볼은 우승한 치프스의 켈시가 일본 공연을 마치자 약 1만km를 전용기로 날아온 스위프트와 입을 맞추는 ‘우승 키스’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약 1억2340만명이 시청해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 중계방송 이후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켈시는 스위프트와 달리 지난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4일 ‘수퍼볼에서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꽤 좋은 승자가 될 것 같은 쿼터백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치프스의 간판인 패트릭 마홈스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치프스에 대해 “정말 대단한 팀”이라며 “그들은 앞으로 오랫동안 많은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했다. 6일에는 마홈스와 그의 배우자인 브리트니가 딸 골든 레이를 출산한 것을 언급하며 “엄마·아빠 모두의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아기다” “마홈스 가족의 행복한 시간이고 일요일에 보자”고 했다. 캔자스시티는 공화당 우세지역인 ‘레드 스테이트’고, 필라델피아는 미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민주당 아성(牙城)이다. 9일 수퍼볼에서 우승하는 팀은 관례에 따라 ‘트럼프 백악관’에도 초청받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