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가진 만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가진 만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라 불리는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트럼프 백악관이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인플루언서 등에 브리핑룸 문호를 개방하고 국방부가 주요 매체 4곳을 기자실에서 퇴출한 데 이어 트럼프 자신도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을 콕 집어 실명(實名)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 더 나아가 뉴욕타임스(NYT)·폴리티코 같은 언론에 대해 연방 정부 기관이 더 이상 구독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최근 월권 논란으로 비판받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백악관 ‘결단의 책상’에 앉은 합성 사진을 표지에 게재했다. 트럼프는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타임지가 아직도 영업 중이냐”며 조롱조로 답변했다. 타임은 1923년 창간됐고, 트럼프 자신도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인터뷰와 함께 표지를 장식한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타임지가 영업 중인 것을 트럼프가 몰랐을 것 같지 않다”며 “트럼프는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2017년 권력의 정점에 있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이 표지를 장식하자 트럼프가 여기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7일 공개한 24일자 표지 사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결단의 책상'에 앉은 합성 사진이다. /타임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폴리티코 등 일부 언론과의 구독 계약 취소도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6일 백악관 관계자가 총무청에 보낸 이메일에서 “폴리티코, BBC, E&E(폴리티코의 자회사), 블룸버그와의 모든 계약을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국무부와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의 구독 계약 사례를 소개하며 “국민의 혈세 낭비를 끝낼 것”이라고 했다. NYT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미디어”라고도 했다. 폴리티코는 ‘폴리티코 프로’ 서비스를 통해 정부와 의회 전반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성명을 통해 “창사 이래 18년간 정부의 지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 “정부가 지불한 돈은 정책에 관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라고 했다.

1기 때 자신에 비판적인 CNN 백악관 출입 기자에 “예의가 없다”며 설전을 벌였던 트럼프는 2기 때도 CNN 기자가 질문하면 “별로 똑똑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면박을 준다.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는 워싱턴포스트(WP)의 퓰리처상 수상 칼럼니스트인 유진 로빈슨을 언급하며 “즉각 해고돼야 한다”고 했다. 로빈슨이 국제개발처(USAID) 해체 시도와 관련해 ‘공화당 의원들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칼럼을 쓰자 “무능하다”며 실명 저격을 한 것이다. 머스크도 DOGE의 문제점을 지적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캐서린 롱 기자를 향해 “역겹고 잔인하다”며 해고를 주장했다. 트럼프가 해고를 주장한 로빈슨은 제프 베이조스의 WP 소속인데, 베이조스가 최근 트럼프와 ‘신(新)밀월관계’로 들어서고 있어 정가에선 실제 해고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