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리처드 기어(오른쪽)와 배우자 알레한드라 실바가 8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고야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리처드 기어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폭력배이자 깡패(bully and thug)’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어는 이날 스페인을 대표하는 영화 시상식인 고야상 시상식에서 공로상 수상 소감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는 대통령이 깡패이자 폭력배인 매우 어두운 곳에서 왔다”며 “우리는 권위주의를 경계해야 하고 용감해져야 한다”고 했다. 또 “트럼프에 투표한 사람들은 그가 처음 몇 주 동안 한 일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지지자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기어는 권력과 돈의 ‘어두운 결합’을 얘기하며 “무책임하고 아마도 위험할 정도로 부패한 억만장자들이 현재 미국에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 위험하다”고도 했다. 이는 트럼프 주변의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등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권위주의는 미국뿐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일”이라며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헝가리인의 편지를 인용했는데, 15년을 장기 집권 중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유럽연합(EU) 정상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기어의 이런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를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은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기어는 2019년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이주민 147명을 태운 구조선이 이탈리아 당국의 입국 불허로 해상에 머물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은 것을 계기로 난민 수호자로 변신했다. 매가 지지자들은 이에 대해 “불법 이민을 옹호하고 독려하는 사람” “당신의 1000만 달러짜리 집에 얼마나 문화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냐”고 꼬집었다. 기어는 2018년 결혼한 알레한드라 실바 사이에서 아들 알렉산더(6)·호머(5)를 두고 있고, 지난해 스페인 사람인 배우자를 따라 마드리드로 이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