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주의 선량한 주민들을 잘 위로해 주시길.”(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2년 전의 아픔에서 회복했나요? 심지어 테일러 스위프트조차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답니다.”(마이크 케호 미주리 주지사)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결정전인 59회 ‘수퍼볼’이 9일 오후 6시30분(한국 시각 10일 오전 8시30분)부터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 시저스 수퍼돔에서 열린다. 약 7만5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경기장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맞붙는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 소속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케호 미주리 주지사도 서로를 도발하고 나섰다. 필라델피아의 명물인 필리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미주리산 소고기·바베큐 소스도 내기로 건 상태다. 필라델피아는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민주당의 아성(牙城)이고 미주리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란 구도도 흥미롭다.
‘팝의 여제(女帝)’ 테일러 스위프트의 남자친구인 트래비스 켈시가 있는 치프스는 수퍼볼 첫 3연패에 도전하는 강팀이다. 2023년 치프스가 이글스를 38대35로 꺾었는데, 2년 만에 리턴 매치를 치르게 됐다. 케호는 “미주리의 사랑받는 치프스가 다시 한번 이글스와 맞붙게 됐다”며 “지금 여러분은 데자뷰를 느끼지 않냐. (2년 전 패배에서)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케호는 켈시를 비롯해 NFL 최고의 쿼터백 중 한 명인 마홈스, 이미 3개의 수퍼볼 우승 반지를 보유한 명장 앤디 리드 감독 등을 호명하며 “우리 왕국은 3연패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심지어 스위프트조차 치프스를 응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리드는 2013년까지 14년 동안 이글스 감독을 지냈다.
진보 진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자 차기 대선 후보로도 꼽히는 샤피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명물인 필리치즈 스테이크와 소프트 프레츨이 올려져 있는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이글스 로고가 박힌 재킷을 입고 앉았다. 케호가 “만약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 이글스가 치프스를 이기면 미주리산 소고기, 바비큐 소스를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샤피로는 이같이 답한 것이다. 샤피로는 “이번에 새들(birds·이글스를 부르는 별칭)이 이길 것이기 때문에 (샌드위치와 프레츨은)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주지사로서 때로는 주민들을 축하해주고, 때로는 위로해줘야 한다는 걸 안다. 이번 수퍼볼에서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셔야 한다는 걸 말씀드린다”고 했다. 샤피로가 고른 샌드위치는 최근 경비행기가 필라델피아 공항에 추락한 이후 사업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티브스(Steve’s)’에서 고른 것이라고 한다.
양팀의 역대 전적은 치프스가 6승 5패로 근소하게 앞서있다. 이번 수퍼볼에서는 지난 4일 그래미 어워즈에서 5개 부문을 석권한 래퍼 켄드릭 라마가 하프타임 쇼를 장식한다.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수퍼볼에 참석하면서 판이 더 커진 상태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치프스의 쿼터백인 마홈스의 출산을 축하하며 “치프스는 정말 대단한 팀” “그들은 앞으로 오랫동안 많은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했다. 치프스가 우승하면 지난해에 이어 스위프트와 켈시가 입을 맞추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약 1억2340만명이 시청해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 중계방송 이후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는 얘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