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예고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번 관세에 대해 “예외나 면제가 없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3월 4일에 발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 했고, “앞으로 이틀 내 ‘상호 관세’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상대 국가가 보복할 가능성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고문은 이날 “이번 조치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생산 업체를 돕고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철강·알루미늄 관세 2.0은 외국 덤핑을 종식시키고 국내 생산을 촉진하며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의 중추이자 기둥인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닌 미국이 핵심 산업에 대해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문제”라고도 했다. 백악관은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 철강을 용해·주조하고 알루미늄을 제련·주조하는 새로운 북미 표준도 도입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1기 때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 부과를 결정했고 이후 협상을 통해 일부 국가에 대해선 조정을 거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철강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캐나다·멕시코를 포함한 미 동맹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금속을 수입하는 미국 제조업체의 비용을 급격하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또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일본·영국 등과의 협상을 통해 일정량의 철강·알루미늄을 무(無)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협정이 모두 무효화된다”고 했다. 한국은 트럼프 정부 1기 때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해 현재 263만톤(t)에 대한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향후 여기에도 25%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미 철강액은 수출액 기준 캐나다(23%), 멕시코(11%), 브라질(9%), 한국(9%)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