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자신이 부과를 예고한 자동차 관세의 관세율에 대해 “25%에 근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마 4월 2일에 발표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반도체·의약품에 대해서는 “25%나 그 이상이 될 것” “관세는 훨씬 더 인상된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을 위한 첫 고위급 협상을 진행한 가운데, 트럼프는 “전쟁에서 많은 북한 군인이 죽었다”며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우방인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패싱’하고 러시아의 침공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에도 “딜(거래)을 하는 것이 지금은 중요하다”고 했다. 또 “아마 이달 말 만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하지만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는 자신이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4월 초까지 주요국 정부·기업들과 협상을 하는 식으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반도체·의약품과 함께 자동차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자동차 수입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 한국이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달러(약 50조원)로 전체 대미 수출의 27%를 차지했다.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해온 우리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이 많이 죽었고, 싸우러 온 상당수 한국인(북한군)도 전멸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사람들이 죽고 있는, 험악하고 끔찍한 이 전쟁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이 전사(戰死)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 일부로 유럽의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훌륭하다”며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배치될 가능성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병력을) 둘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지지율이 4%에 불과하고 많은 도시들이 철거 현장과 같이 보인다” “우리가 준 돈은 모두 어디 갔냐”라며 젤렌스키의 ‘무능’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트럼프는 이날 “선거를 치른 지 오래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집무실·전용기 출입이 정지된 미 통신사 AP에 대해 “그들이 사용하는 (성별, 인종 관련) 표현 중 일부가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한다”며 “AP는 법과 현재 상황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명칭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AP는 이 조치를 따르지 않았다. 그는 “AP가 트럼프와 공화당, 보수주의자들과 관련된 일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매우 잘못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질문을 한 기자를 콕 집어 ‘어디 소속이냐’고 묻더니 “아주 좋은 질문에 고맙다”고 했다. 트럼프는 의회 인준이나 승인 없이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일론 머스크의 지위와 관련해서는 “직원, 컨설턴트 등 원하는 대로 부를 수 있지만 그는 애국자”라며 “지금은 일주일에 수천 명씩 죽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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