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우리가 워싱턴을 장악해야(take over)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도 워싱턴 DC에 대한 자치권 박탈을 시사했다. 인구가 약 70만명에 불과한 워싱턴 DC는 다른 50개주(州)와 달리 상·하원에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 없고 시정부·시의회도 의회 검토·승인 없이 법안과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는, 연방 의회가 직할(直轄)하는 ‘연방 지역’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 10명 중 9명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 이 진보의 아성(牙城)에 대해 “더럽고 추잡한 도시 지배권을 뺏어오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DC를 강력하게 관리해야 생각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는 “훌륭한 경찰이 있지만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범죄가 너무 많고, 낙서가 너무 많고, 잔디밭에 텐트(노숙자)가 너무 많다. 마크롱이 오고, 영국 총리가 오고, 결국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오게 될 텐데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흑인 여성 시장인 뮤리얼 바우저에 대해서는 “나는 시장과 잘 지낸다”면서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 DC는 한동안 높은 범죄율에 거리에 넘쳐나는 노숙자들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보수 진영은 민주당의 행정적 무능(無能)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트럼프 1기 때 워싱턴 DC 당국과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바우저는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자 백악관 바로 앞 라파예트 광장 도로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대형 문구를 새겨넣었다. 트럼프가 워싱턴 DC 경찰에 시위대 폭력에 대한 단속을 요구했는데 바우저가 이같이 응답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를 비롯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수도를 뒤집어엎겠다”고 벼르는 계기가 됐다.
이미 의회에선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 앤디 오그레스 하원의원이 워싱턴 DC의 자치권을 전면 회수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트럼프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연방정부 축소도 워싱턴 DC의 힘을 빼놓기 위한 일환이다.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이 발간한 ‘프로젝트 2025’를 보면 워싱턴 DC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민주당 우세 지역)’인 버지니아·메릴랜드주에 있는 연방정부 부처·기관을 공화당 지지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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