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그린카드(Green Card·영주권을 가리키는 말)는 골드카드(Gold Card)”라며 “우리는 2주 후부터 골드카드를 판매할 것이다. 이 카드에 약 500만 달러(70억원)의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국 법인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EB-5) 제도는 제정된 지 35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날 “골드카드가 2주 후부터 판매될 것”이라며 “그것은 특권이고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이 이 카드를 사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많은 돈을 쓰고, 많은 세금을 내고, 많은 사람들을 고용할 것이며 이게 매우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서명식에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그들은 훌륭한 세계 시민임을 증명하기 위해 심사를 거쳐야 한다”며 “그러면 미국에 와서 투자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 돈을 적자를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6조 달러 규모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육박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100만장 이상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의 비자 프로그램은 외국인 투자자가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최소 1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영주권을 주고 추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국토안보부 자료를 보면 2021년 9월~2022년 9월 약 1년 동안 약 8000명이 투자이민 비자를 받았다. 미국을 포함해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 전세계 약 100국이 부유하게 이런 종류의 이른바 ‘골든 비자(Golden Visa)’를 지급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이날 제안한 ‘골드카드’는 일자리 창출, 부동산 구입, 은행 계좌 개설 등을 요구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비자와 비교된다. 악시오스는 “500만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프로그램(영주권) 중 하나”라며 “돈이 일반적인 규칙에 앞설 수 있다는, 트럼프 정부 초기의 테마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러트닉은 의회가 1990년 제정해 2022년 재승인한 EB-5 프로그램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트럼프가 EB-5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지만, 트럼프는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러시아의 신흥 재벌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 그룹인 이른바 ‘올리가르히(Oligarch)’가 골드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냐는 질문에 “그들은 예전만큼 부유하지는 않지만 나는 좋은 러시아 재벌을 몇 명 알고 있다”며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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