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협정이 협상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로이터·AFP 등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DC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그는 나와 함께 광물협정에 서명하기를 원한다. 나는 이것이 매우 큰 거래라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갈등을 빚던 광물협정이 합의점에 도달하면서 러시아와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협상의 조건에 양국이 합의한 뒤 양측 인사들이 세부 사항을 놓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양국이 협상을 벌인 초안(草案)에 우크라이나 안보에 관한 언급이 있지만 미국의 역할은 담기지 않았다고 한다. 또 “미국이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주권국 우크라이나에 투자하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지원한다는 일반적 조항이 있다”고 했다. 미국은 전후 미군 파견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광물협정이 최고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협상을 주도한 올하 스테파니시나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는 이 협정이 더 큰 그림의 일부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미국이 당초 요구한 ’5000억 달러(약 715조원) 규모의 광물 자원 제공' 등 우크라이나에 불리할 수 있는 일부 조항과 문구들은 협정 초안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국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을 함께 개발해 수익을 공동 기금화하는 데는 대체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금에 대한 미국의 지분 규모 등은 추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우크라이나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절차도 남아있다. 앞서 미국은 광물 개발 수익이 5000억 달러에 이를 때까지 미국이 기금의 100% 지분을 갖겠다는 취지로 주장해 ‘경제적 약탈’이란 소리를 들었다. FT는 25일 “지난 12일 스콧 버센트 재무장관의 키이우 방문 당시 젤렌스키가 초안을 건네받고 고함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우리는 그 돈을 돌려받길 원한다고 말해왔다”며 “미국과 미국의 돈, 군사 장비 지원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끝났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위한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다는 유럽의 아이디어와 관련해 “모든 이가 수용할 수 있는 형태의 평화 유지가 필요하다”며 “유럽이 큰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는 아무 것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을 언급하며 “푸틴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최대 갈등 현안이었던 광물협정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미·러 간 종전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러시아도 아주 좋은 희토류를 갖고 있다”며 “거기 묻힌 희토류, 석유, 가스도 사고 싶다”고 했다.

한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보수 매체인 브레이트바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에 편향적이란 지적에 대해 “(비판자들은) 위선적인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트럼프가 무얼해도 비판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 같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기초적 사실 조차 부인하는 발언으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았다. 루비오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어려우면 안보 보장을 위해 핵무기를 갖게 해달라’는 젤렌스키의 요구에 대해서도 “그게 문제의 해결책이라 보지 않는다”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