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우리는 일본과 매우 흥미로운(interesting) 조약을 맺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야 하는 반면, 일본은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1960년 체결된 미·일 안보 조약이 불공정하다며 드러낸 불만이다. 지난 1월 취임 후 관세 인상 등을 통해 거친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여온 트럼프가 군사·안보 부문으로 압박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2차 대전 이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강력한 군사 동맹으로 유지돼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서도 “회원국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나는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본과 좋은 관계이지만 일본은 우리를 통해 큰돈을 벌고 있다. 누가 이런 약속을 했는가”라고 했다. 앞으로 일본에 ‘불공정 조약’을 이유로 방위비 증액 같은 추가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가 한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일 안보 조약이 한국이 미국과 1953년 맺은 한미 상호 방위 조약과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1기(2017~2021년) 때 그랬듯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 미군 철수 시사 등으로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이 한국·일본과 맺은 조약은 미국의 일방적 방어가 아니라 상호 간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은 사실과 다소 다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7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의 발언과 관련, “미·일 안보 조약에 따라 일본과 미국 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충분히 내지 않으면 이들을 방어해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나토의 핵심인 ‘집단 방위’ 원칙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1949년 창설된 나토의 헌장(5조)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있다. 다른 나라와의 무력 충돌을 억지(抑止)해 전후 질서를 유지하는 바탕이 됐다. 트럼프는 하지만 “미국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나토가) 우리를 도울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프랑스를 호명하며 “곤경에 처하면 미국에 전화를 걸어와 ‘문제가 생겼다’고 말할 것”이라고도 했다.
NBC는 이날 전현직 정부 고위 관계자 세 명을 인용해 “트럼프가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는 회원국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나토 지침을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이 높은 나라와 군사훈련을 우선 진행하고, 국방비와 연동해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을 재배치하는 방안까지 언급됐다고 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GDP의 3.4%)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은 국방 예산으로 GDP의 약 2% 수준을 지출했다.
한편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트럼프의 글로벌 비전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경제적 압박을 가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방국 간 안보 부담 배분은 매우 중요하다. 더는 미국의 세금과 군사 장비, 때론 미국인의 생명이 우호적 무역과 상호 안보를 유지하는 유일한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베선트는 최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서 이뤄지는 국방비 증액 논의를 언급하며 “큰 초기 성과를 목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등과 관련해 트럼프가 잇따라 단독 행보를 보이며 ‘대서양 동맹’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자 유럽연합(EU)은 지난 5일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촉진하기 위해 최소 8000억유로(약 1229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강(自强) 기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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