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의 정상회담에선 늘 그렇듯 트럼프를 향한 풀 기자단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에 답하던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고 하더니 돌연 배석해 있던 J D 밴스 부통령에게 시선을 돌려 이렇게 말했다. “이 양말 죽이는데? 도대체 뭐지? 집중을 하려고 해도 양말 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 트럼프가 이렇게 말하자 집무실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밴스는 이날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섐록(shamrock·세잎 클로버) 무늬가 군데군데 새겨진 하얀색 양말을 신었다. 부통령 관저가 있는 해군 천문대에서 마틴 총리 부부와 조찬을 가진 그는 이를 ‘양말 외교(sock diplomacy)’의 일환으로 설명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함께 복무한 밴스의 해병대 전우(戰友)이자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쿨렌 티어넌이 자신이 상원의원으로 있을 때 전수해 준 노하우라고 한다. 실제로 국제 무대에선 상대국을 상징하는 색깔의 넥타이를 매거나 양말을 신는 정상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밴스는 이날 녹색 넥타이도 맸다.
밴스는 마틴 총리를 향해 “수상님(taoiseach·아일랜드의 수상을 일컫는 말), 곧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나게 될 텐데 대통령은 전통 의상에 엄청 관심이 많다”며 “만약 양말을 알아차린다면 내가 이 양말을 신은 이유는 오로지 미국과 아일랜드 관계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당신이 대통령에게 말해달라”고 했다. 밴스의 이런 예측은 몇 시간 뒤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밴스는 X(옛 트위터)에서 “역시 대통령이 알아차릴 줄 알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회담 전 의회에서도 마틴 총리,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일랜드의 친구들’을 위한 오찬을 주재했다.
다만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도 트럼프는 마틴 총리 면전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아일랜드가 매우 똑똑했기 때문에 우리는 엄청난 적자가 있다” “그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던 대통령들로부터 우리 제약사들을 가져갔다” “미국 제약사들이 아일랜드로 이전할 때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200% 관세를 부과했을 것”이라며 아일랜드의 대미(對美) 무역흑자에 불만을 토로했다. 아일랜드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보다 낮은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에 마틴은 “아일랜드도 미국에 이전보다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주요 참모와 직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녹색 옷으로 맞춰 입었는데 여기에는 3월 17일로 다가온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이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수호성인 패트릭(386~461)을 기리는 날이다. 일주일 동안 아일랜드 전역이 축제처럼 달아오르는데, 아일랜드계가 많은 미국에서도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다. USA투데이는 “미국에서 성 패트릭의 날은 달력에 황금 동전 냄비가 그려진 날, 초록색 옷을 입고 초록 염료를 넣은 맥주를 마시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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