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왼쪽)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팟캐스트에서 토론하고 있다./유튜브
12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왼쪽)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팟캐스트에서 토론하고 있다./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72)이 12일 개빈 뉴섬(58)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팟캐스트 초대 손님으로 출연해 미국 정치 현안에 대해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정치 구호)’를 사실상 설계한 트럼프 최측근과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설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토론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차분하게 이어졌고 뉴욕타임스(NYT)는 “흥미로운 정책적인 공통점도 드러난 유쾌한 토론”이라고 평했다.

배넌은 뉴섬이 시작한 팟캐스트 ‘개빈 뉴섬입니다’의 두 번째 초대 손님이다. 이날 토론은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작됐다. 뉴섬이 “관세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세계 각국의 반발을 부르고 있는 트럼프 주도 ‘관세 전쟁’으로 운을 뗐다. 그러자 배넌은 “왠지 냄새가 난다”며 “나는 관세 옹호자(tariff guy)다. 내가 여기 출연한 건 관세 문제에서 당신과 시청자들을 나처럼 바꾸고 싶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특정 부분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였다. 배넌이 트럼프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정책에 대해 “(투자는 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만 하려는 기업은 이 혜택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뉴섬은 “바로 그거다. 꼭 대통령에게 그렇게 말해달라”고 했다. 트럼프 2기에서 신설 조직 정부효율부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두 사람은 맞장구를 쳤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왼쪽)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유튜브

배넌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고숙련 외국인 이민 비자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였던 머스크를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그는 이날도 이민자 출신인 머스크를 ‘기생하는 불법 이민자’라고 부르면서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덕을 보며 (테슬라가) 성공했으니 주지사님 당신이 그(머스크)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뉴섬은 “(전기차)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캘리포니아 제도가 그렇다. 당신이 100% 맞는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하는 일에 대한 우려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공통점이 있다. 나는 그걸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배넌은 “그런데 당신은 (실리콘밸리의) 재벌들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기 전까지 그들, 특히 머스크를 좋아하지 않았냐”며 가볍게 면박을 주기도 했다. CNN이 “두 사람이 머스크에 대해서는 놀랍도록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건 이날 배넌을 대하는 뉴섬의 태도였다. 배넌은 트럼프가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치인 입장에서 도를 넘어선 발언이었음에도 뉴섬은 반박하지 않는 등 시종일관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NYT는 “뉴섬은 이번 토론을 사실관계를 묻고 따지는 시간으로는 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가 진행되면서 배넌도 존 페터먼 상원 의원, 로 카나 하원 의원 등 트럼프 정부 정책에 일부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빅테크 저승사자’라 불린 리나 칸 전 연방거래위원장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뉴섬 역시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 대형 산불 때 트럼프와 만나 복구를 요청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나는 그(트럼프)와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이 정신이 고맙다.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이런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뉴섬의 덕담에 배넌이 “우리는 이 일을 어느 정도 품위 있게 해냈다”고 화답하면서 방송은 마무리됐다. 유튜브 영상에는 “다음에는 두 사람이 한 방에 마주 앉아 서로를 보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등 호평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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