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골프를 마친 뒤 리무진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15일 워싱턴 DC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중견 언론인 사교 클럽인 ‘그리드아이언(Gridiron)’ 주최 만찬이 열렸다. 1885년 시작돼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행사는 미국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참석해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언론의 자유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때로는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청중을 웃기는 연설을 하는 것이 미덕이자 오랜 관행이었다. 이를테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해 오후 10시에 연설을 하며 “내 취침 시간이 6시간이나 지났다”며 고령의 나이를 둘러싼 논란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른바 주류 언론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초대를 거절했고 플로리다주(州) 웨스트 팜비치에서 골프를 즐겼다.

워싱턴 DC의 명물인 벚꽃이 피기 직전 열리는 그리드아이언 만찬은 4월 말 있는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만찬과 더불어 미 언론계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고, 내각 인사나 주요 정치인들이 어떤 패션으로 만찬에 참석하는지 등이 정가의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올해는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HUD) 장관을 제외하면 트럼프 정부 내각 인사 중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초라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주최 측은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등을 초대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매일 같이 언론을 상대하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조차 불참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언론에 “우리는 바쁘게 일하고 있었거나 그 군중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없어 아무도 가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반나절을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에 머물며 골프를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1기 때도 2018년을 제외하면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부시, 조지 W. 부시 등 이전 공화당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다른 행보였다. 2018년 만찬에서는 “이런 말을 할 기회가 자주 없지만 언론에는 정말 대단하고, 훌륭하고, 강력하고, 똑똑하고, 공정한 사람들이 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내각 주요 인사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이날 만찬에서는 140년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아닌 ‘수정 헌법 1조’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고 한다. 또 언론인들은 현재 백악관 집무실과 대통령 전용기 출입이 금지돼 있는 AP통신, 트럼프의 연방 정부 구조조정 속 폐쇄될 위기에 놓인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연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다음 달 26일 있을 WHCA 만찬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기 때도 4년 내내 이 행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레빗 대변인 역시 14일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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