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4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방 서열 3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210억 달러(약 31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2022년에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에서 대미(對美) 투자 계획을 밝힌 적이 있지만, 한국의 기업인이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현대에 대해 “위대한 기업”이라 여러 차례 지칭하는 등 이날 회견은 약 20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회견 시작에 앞서 백악관 집무실 옆 루스벨트 룸에는 존슨, 스티븐 스칼리스 공화당 원내총무,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이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대차 측에서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성 김 사장(전 주한 미국대사),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선 트럼프가 가장 먼저 악수한 건 정 회장이었다. 이어 “아름다운 발표를 할 것이다” “매우 흥분된다”며 연설을 시작하더니 현대차 측 인사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트럼프는 이들을 소개할 때마다 “매우 고맙다” “큰 영광이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4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서강현(맨 오른쪽) 현대제철 대표 등을 직접 호명하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현대차의 투자 내용을 발표한 뒤 “진정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정 회장에게 발언을 요청했다. 정 회장은 2022년 5월 서울 용산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도 바이든이 지켜보는 가운데 5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발표한 적이 있지만,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대규모 투자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2개월 동안 손정의 소트프뱅크 회장, 웨이저자 TSMC 회장 등 소수의 글로벌 기업인들만이 이런 기회를 가졌다. 미국의 국조(國鳥)인 흰머리수리가 새겨진 대통령 연단에 선 정 회장은 이번 주 준공식을 갖는 조지아주(州) 서배너의 자동차 제조 공장(HMGMA)을 언급하며 “2019년 서울에서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투자 결정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가 웃으면서 “맞다”라고 대답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의 임기 시작과 동시에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완료돼 더욱 특별해졌다”며 “현대차는 미국 산업의 미래에 더 강력한 파트너가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최첨단 제조 시설 중 한 곳을 직접 방문해 미국, 미국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오케이” “고맙다”라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현대는 대단한 기업”이라며 “다른 훌륭한 (자동차) 회사들도 들어오고, (미국에) 머물면서 크게 확장할 회사도 있다”고 했다. 또 백악관이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투자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현대차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백악관 보도자료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해외 대관 업무 조직인 ‘글로벌 폴리시 오피스(GPO)’가 중심이 돼 정부 기관, 연방 상·하원 의원실, 주요 싱크탱크 등 미 조야(朝野)를 상대로 광범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했다. 현대차가 1986년 미국에 진출한 뒤 미국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미국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어필했다. 단문(短文)의 시각화 자료를 선호하는 트럼프와 측근 인사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홍보 자료가 워싱턴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현대차가 전기 제철소를 건설하는 루이지애나는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로, 입법부 수장인 존슨 의장과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스칼리스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 입장해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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