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직후부터 외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북한·중국 등의 군사 위협에 직면해 있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일본 소프트뱅크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트럼프 취임 다음 날인 지난 1월 2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 오러클 회장과 함께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나 합작회사 스타게이트의 출범을 알리면서 인프라 등 인공지능(AI) 분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손정의는 “트럼프가 승리했기 때문에 내린 투자 결정”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황금 시대 시작을 알리는 훌륭한 사례”라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트럼프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4년간 10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지난달 7일 아시아 국가 정상 중에서는 가장 먼저 백악관을 찾아 “(2023년 기준) 7833억달러인 투자 금액을 1조달러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또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구매도 약속했다.
대만 기업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이 역시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난 뒤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는 등 10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 시절 투자를 약속한 650억달러에 더해 대미 투자를 1650억달러까지 늘리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 엄청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앞서 그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였고, 특히 대만에 대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다 가져갔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적이 있다.
백악관은 24일 현대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2기 출범을 전후해 투자 계획을 발표했거나 준비 중인 기업들의 명단을 정리해 배포했는데 동아시아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취임 전 1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에 제빵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SPC그룹을 소개했고, LG전자와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멕시코에 있는 가전 생산·제조 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기업 이름을 호명하며 실행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와 닛산, 대만의 전자기업 컴팔과 AI 기업 인벤텍도 미국 투자가 예정된 기업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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