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관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스마트폰·컴퓨터·반도체 등은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11일 발표했다. 미 국채·주식 가치가 동반 하락한 후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지난 9일 밝힌 데 이어 주요 전자 제품 관세까지 추가로 제외하며 다시 한 발 물러섰다. 트럼프가 10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45%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후 미국인이 많이 쓰는 아이폰(애플 스마트폰)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일단 관세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서 팔리는 아이폰은 모두 해외에서 최종 조립된 수입품이며 이중 87%는 중국산이다.

미 정부의 주요 전자 제품 관세 유예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됐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애플 및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예고해온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가 이번 면제 조치로 최종 무산됐는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월요일(14일)에 매우 구체적인 답을 주겠다”고 밝혀 추가 지침이 나올 여지를 남겼다.

CBP는 이날 오후 ‘특정 물품의 상호 관세 제외 안내’에서 라우터와 일부 컴퓨터·노트북, 스마트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이 트럼프가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중국산(産) 제품에 부과한 125% 상호 관세 적용 대상에서 면제될 것이라 밝혔다. 이로 인해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 델·HP 같은 PC 제조사들이 차질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취임 후 ‘좀비 마약’인 펜타닐 원료 유입을 문제 삼아 중국에 부과한 20% 관세 적용까지 면제되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고, 백악관·국제무역위원회(ITC)도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가 중국에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자 애플은 ‘관세 충격’을 피하기 위해 전세기를 동원, 인도·중국의 주요 제품을 미국으로 급하게 이동시켰다. 트럼프는 11일 플로리다주(州)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나는 시진핑(習近平)과 잘 지냈다”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낙관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폭스뉴스에 “중국의 보복 관세가 크게 놀랍지는 않지만 확실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중국은 실용적이라는 게 내 인식이다. 국제 무대에서 힘과 현실 정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을 앞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성명에서 “미국은 반도체,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핵심 기술을 생산하는 데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같은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는 이를 활용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이날 “14일 매우 구체적으로 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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