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통상 참모’를 지낸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전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무역 담당 선임 국장은 10일 “트럼프는 중국과의 빅딜을 원하며, 중국과 거대한 합의를 도출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미·중은 상대에게 100%가 넘는 관세율을 적용하는 등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칼루트케비치는 현재 워싱턴 DC의 ‘어드바이저리 펌(Advisory Firm·자문 회사)’인 맥라티 어소시에이츠의 통상 총괄 전무이사로 있고, 이달 말 방한할 예정이다.
칼루트케비치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마음속으로는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1기 때도 무더기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분야에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어느 순간에 대통령이 ‘나는 그냥 거래를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칼루트케비치는 중국계 바이트댄스가 모기업인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 대해 트럼프가 금지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을 언급하며 “그의 입장이 진화한 것은 정말 놀라울 정도” “자주 마음을 바꾸지만 협상을 해서 확실한 승리를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했다.
다만 칼루트케비치는 ‘관세 전쟁’의 합의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장기전을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는 중국이 아직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라며 “이 사안을 잘 아는 동료에게 물어본 결과 중국은 이제 양보할 생각이 없고 맞대응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농업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은 희토류·중요 광물에 있어 대중(對中)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등 “미·중이 이전보다 무역 전쟁에 더 잘 대비돼 있다”고도 분석됐다. 트럼프 1기 때 미·중의 관세 전쟁은 약 18개월 만에 합의가 이뤄졌다. 칼루트케비치는 “트럼프와 시진핑(習近平) 주석 모두 외부에서 보여지는 시각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리더”라며 “누구도 양보하지 않을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 모두 먼저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칼루트케비치는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90일 상호 관세 유예를 전격 발표하는 등 즉흥적인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해 “나 역시 1기 때 ‘대통령의 지금 이 트윗이 무얼 의미하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그게 대통령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라며 “별로 놀랍지는 않다”고 했다. 무역 수장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의회 청문회에서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에 대해서도 “그리어가 그것이 선택지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확신한다”며 “그리어는 아주 유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칼루트케비치는 한국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잘 대응해 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트럼프가 언급한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무엇인가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잠시 멈춘 이유는 미국 혼자서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번 싸움에 동맹국 등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동맹국에 여전히 강경하게 나서기는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이미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해서도 “북미 공급망과 관련해 일부 예외가 논의될 수 있으나 면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