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국경보호청(USCBP)이 지난 11일 상호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스마트폰, PC·노트북 등의 품목과 관련해 “관세 예외가 발표된 것이 아니고 단지 다른 관세 ‘버킷(Bucket·양동이, 여기서는 범주라는 의미로 해석됨)’으로 이동하는 것일 뿐”이라며 “다가오는 국가 안보 조사에서 반도체, 전자 제품과 관련된 전체 공급망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맞불 조치 속 트럼프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오자 상호 관세와는 별개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는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우리를 상대로 사용한 불공정한 무역수지, 비(非)금전적 관세 장벽에 대해 어떤 나라도 면죄부를 얻지 못했다”며 “우리를 가장 심하게 대하는 중국은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어 “수십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무역으로 학대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그런 시절은 끝났다. 중국이 우리를 대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른 나라를 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같은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는 이를 활용해 철강·알루미늄, 목재, 자동차 등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반도체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고위 당국자들 역시 이날 언론에 잇따라 출연해 전자 제품 등에 대한 상호 관세가 면제되는 것일 뿐 품목별 관세는 부과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ABC에 “(관세청 면세 목록에 올라온) 제품들은 상호 관세를 면제받지만,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반도체 관세에는 포함된다”며 “이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가 협상해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N에 “232조 대상 품목은 늘 (상호 관세에서) 제외됐다”며 “반도체는 많은 국방 장비에 중요한 핵심 부품인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232조 조사를 진행해 그런 것들을 면밀하게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예외라는 단어조차 적절치 않다”며 “관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제도의 적용을 받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전자제품 관세를 둘러싼 혼선은 트럼프 정부가 국가별 상호 관세, 개별 수입품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벌어진 것이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업자는 “트럼프의 관세가 매우 파괴적”이라며 “우리는 경기 침체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유예를 주장하며 “그러지 않으면 핵 겨울(Nuclear Winter)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관세 전쟁’의 설계자라 할 수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미국은 무역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앞으로 90일 안에 90건의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