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주(州)의 29세 금속공(工)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외국 테러리스트이자 MS-13 갱단의 일원으로 지목해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킬마 아브레고 가르시아 얘기다. 연방대법원까지 나서서 2019년 법원이 가르시아 추방을 금지한 사실을 주지시키며 정부가 귀환을 촉진할 것을 명령했지만, 트럼프 측은 “그가 미국 땅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 시나리오는 없다”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기에는 온갖 위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불법 이민 문제는 때릴수록 정권에 유리하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가르시아는 현재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세코트(CECOT·테러범 수용 센터)’에 수용돼 있다. 갱단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가르시아는 2019년 망명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민 판사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지위를 부여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었다. 그런데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돌연 가르시아의 체류 신분을 변경하더니 지난달 12일에는 그를 체포해 텍사스 구치소에 구금했고, 사흘 뒤 수송기에 태워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이에 가르시아 배우자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인 법무부도 최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행정상의 실수로 추방이 됐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송환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가르시아에게 불법 이민자란 낙인을 찍고 나섰는데, 트럼프 정부 이민 정책의 설계자라 할 수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15일 폭스뉴스에 “그는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 이민자로 추방을 명령받은 자”라며 “민주당이 테러리스트를 우리 땅으로 돌려보내라 요구하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역시 14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 더 많은 범죄자와 불법 이민자들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은 15일 X(옛 트위터)에서 “불법 체류자 상당수가 폭력을 저지르고 펜타닐, 성매매를 조장했다” “적법 절차의 준수를 말하는 이들은 이런 문제를 회피하는 것과 같다“며 논점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선 16일 메릴랜드가 지역구인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이 엘살바도르로 날아가 세코트 방문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엘살바도르 부통령이 홀런에게 “트럼프 정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이 엘살바도르를 찾아 세코트를 방문하고 그 자리에서 트럼프가 추진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의 정당성을 강조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처우다. 부켈레는 재임 중 인권 등을 강조한 민주당 바이든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추가로 엘살바도르를 찾을 예정이지만 가르시아와의 면담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홀런이 납세자의 돈으로 비행기를 타고 엘살바도르로 달려갔다”며 “가르시아가 다시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DC 연방지법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16일 트럼프 정부가 일부 외국인을 엘살바도르 소재 수용 시설로 이송하는 절차를 중단하라는 자신의 지난달 명령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판단하며 추후 법정 모욕 혐의로 기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판사의 결정에 즉시 항고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테러리스트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가 더 이상 미국인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100% 헌신하고 있다”고 했다. 보스버그는 트럼프가 ‘민주당 판사’라며 맹비난을 했던 인물이다. 지난달 공개된 AP·NORC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정부의 주요 정책 중 이민 정책(49%)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은 이 문제에 한해 여론이 자신들 편에 있다고 믿는다”며 “민주당, 사법부, 언론이 (불법으로) 추방된 이민자들의 처우를 비판할 때마다 설계된 함정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