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7일 백악관을 찾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마중 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오찬을 함께했다. 트럼프 취임 후 미국이 무역은 물론 외교·안보 분야에서 80년 가치 동맹인 유럽과 충돌하고 있지만, 멜로니와는 케미스트리를 과시하며 “우리는 100%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멜로니 역시 “미국과 같이 서방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능숙한 솜씨로 트럼프의 비위를 맞췄다. 멜로니는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 때 유럽연합(EU) 27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문 앞까지 직접 멜로니를 마중 나와 기념 촬영을 했다. 그러더니 멜로니를 가리키면서 언론을 향해 “그녀는 위대한 여성”이라고 했다. 모두 발언에서는 “멜로니는 위대한 총리”라며 “이탈리아에서 완벽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멜로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유럽의 다른 주요국 지도자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우리 정부는 10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고, 인플레이션과 이민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탈리아 국민을 대표해 오늘 이 자리에 올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멜로니는 트럼프를 향해 “우리는 함께 서방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가 주창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 표현으로, 트럼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녀가 자랑스럽고 매우 좋다”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응수했다. 멜로니는 “양국이 워크(woke·깨어 있는 척하기), 우리 역사를 지우려는 이데올로기, 합성 마약과 불법 이민과의 싸움이라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원자력 분야 투자 같은 선물 보따리도 내놨다. 트럼프는 유럽이 이민 문제에 있어 “더 현명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관세 전쟁’ 속 미국과 EU가 맞불 조치를 몇 차례 주고받은 상태라 이날 멜로니의 언행에 특히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멜로니는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EU가 공언한 보복 관세가 여전히 논의 대상인가’ 묻는 질문에 “나는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지지자들은 “멜로니가 언론의 갈등 조장 시도에 휘말리지 않았다”고 열광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멜로니는 이날 “트럼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하겠다는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군가는 나를 ‘서구 민족주의자’라 부르는데 우리가 함께라면 더 강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대서양 양쪽에서 미국과 유럽 모두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여기 왔다. 각자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고 중간 지점을 찾는 게 모두에게 유용하다”고 했다. 멜로니는 18일 이탈리아를 찾는 J D 밴스 부통령과도 별도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멜로니의 방미와 관련해 “어떤 대미 접촉도 환영한다”면서도 “유럽의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건 EU”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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