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23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IIF) 행사에서 언론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3일 “미국이 안보와 열린 시장을 계속 제공하면 동맹국들은 공동의 방어에 대한 더 강한 헌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의 ‘입장료’로 우방·비(非)우방국 할 것 없이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한다는 트럼프 정부의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다. 특히 24일 한국과의 ‘2+2 협의’를 하루 전날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 이번 협의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베선트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IIF) 주최 연설에서 “글로벌 경제 관계는 안보 파트너십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인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의 압박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결의한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 정부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는 증거” “안보 파트너들은 호혜적 무역을 위해 구성된, 공존이 가능한 경제 구조를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트럼프는 관세를 포함해 무역·산업·안보 등을 포괄하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 합의를 희망하고 있다.

베선트는 이날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 “빅딜의 기회는 있다”며 “관세·무역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 논의를 고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경제 모델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무역) 불균형을 만든다”며 “이대로 가면 중국을 해칠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해친다. 중국은 자신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베선트는 “과잉생산에 의한 수출로부터 벗어나 자국 소비자, 내수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인 중국을 지금과 같이 ‘개발도상국’으로 대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한편 베선트는 브레턴우즈 체제 산물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에 대해 “경제·금융의 지속 가능성 확보, 거시 경제 안정과 개발 같은 핵심 의무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두 기관이 기후변화 같은 이슈에 과도하게 관여해 효율이 떨어졌다는 것인데, 미 보수 진영에선 미국이 두 기관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한 편이다. 베선트는 “두 기관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다면 트럼프 정부는 기꺼이 협력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유일주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23일 미국 워싱턴 DC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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