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종전 성사에 팔을 걷어붙였음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악화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트럼프의 언사가 거칠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드론·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9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7월 이후 키이우에 가해진 가장 치명적인 공격 중 하나”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는 자신의 소설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러시아의 키이우 공격에 마음이 좋지 않다”며 “쓸데없었고 아주 안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의 이름을 부르며 “블라디미르, (공격을) 멈추라”고 했다. 이어 “일주일에 5000명의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평화 협상을 성사시키자”고 했다.
트럼프는 전날까지만 해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평화 협상에 매우 해롭다”고 비판하는 등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 압박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의 희생이 잇따르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트럼프는 푸틴에게 날선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국은 이날 키이우 공격과 관해 “정부 청사와 주택, 차고 등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키이우 전역에서 40건의 화재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특히 키이우 도심 서쪽 스바이토신스키에서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우크라이나 군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번 공습에 북한산 KN-23을 비롯한 미사일 70발, 드론 145기가 발사됐다”고 했다.
이는 이른바 ‘화성-11형’으로 알려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여러 차례 사용된 무기다. 공습은 오전 1시에 시작돼 키이우는 물론 하르키우 등 최소 5곳 이상의 지역을 강타했다. 젤렌스키는 “가장 터무니없는 공격”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미국 제안에 따라 전면 휴전과 공격 중단에 동의했지만 러시아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주도의 조기 종전 협상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최측근인 스티븐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25일 푸틴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로 향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종전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의 군대 및 방산 보유권을 인정하라 요구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양보도 구하고 있는 신호”라고 했다. 러시아는 전쟁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이날 “양쪽에 많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