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2+2 협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 /기획재정부
24일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2+2 협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 /기획재정부

정부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한미 간 ‘2+2(재무·통상) 협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호 관세와 품목별 관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에너지 안보 제고,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상호 기여 방안 등을 제의하며 한국에 대한 상호·품목별 관세 조치 면제를 요청했다고 정부는 전했다. 이를 위해 상호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위한 이른바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협의 출발점인 오늘 회의를 통해 협의 과제를 좁히고, 논의 일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협의의 기본 틀인 프레임워크(framework)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안 장관은 “상당히 좋은 출발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한미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재무부 청사에서 최 부총리, 안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 1시간 25분 동안 ‘2+2 협의’를 가졌다. 베선트는 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노르웨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매우 성공적인 양자(兩者) 회담이었다”며 “한국이 빨리 왔고, 최고 수준의 준비(A Game)를 해왔다.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오후에는 안 장관과 그리어 간 별도 협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다음주부터 양국 간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복수의 작업반도 구성한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안보 전략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구체적인 방식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무역·투자, 조선, 에너지 등과 관련한 우리의 협력 의지를 소개했고 우리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분야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품목별 25%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안 장관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자동차와 부품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강조하며 이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요청했고, 미측에서도 우리 문제 의식을 잘 이해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미측에선 조선업 협력 방안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는데, 안 장관은 “HD현대 등 우리 기업이 미국 내에서 투자하려는 부분과 함께 기술 협력·인력 양성 등과 관련해 양국이 체계화해 협력할 수 있는 비전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알래스카주(州) 천연가스 개발 산업에 대해서는 “사업 타당성이 현 시점에 나오기 쉽지 않아 하나하나 따질 것이 많다”며 “모든 고려사항을 다 검토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물량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미는 양측 관심사인 관세·비(非)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 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를 해가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음달 15일 그리어가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해 추가적인 고위급 접촉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카운터파트인 재무부와 별도의 채널을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환율 문제는) 베센트가 먼저 논의하자고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증가하면서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수출 경쟁력을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절하하고 있다는 게 트럼프 측이 갖고 있는 문제 의식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왼쪽)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24일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단

이날 약 85분 협의 중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최 부총리는 밝혔다. 6월 조기 대선 등 국내 정치 일정에 대한 미측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최 부총리는 한국이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란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현 상황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할 때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미측에 설명했다. 한국의 정치 리더십이 교체기에 있는 만큼 정치 일정, 통상 관련 절차와 법령, 국회 협의 등을 고려하면 협상 타결을 서두르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기재부는 “이번 협의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관련한 양측의 관심사와 입장을 확인하는 첫 번째 공식 협의”라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양국이 앞으로 실무회의와 추가적인 고위급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양국 간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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