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정맥 혈관이 늘어나 울퉁불퉁 돌출되는 하지정맥류. 환자는 매년 느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9만7699명이다. 4년 전인 2018년(26만2384명) 대비 50% 이상 늘었다. 다리가 붓거나 무겁고, 쥐가 나는 등 일상을 위협하지만 돌출된 혈관 외엔 뚜렷한 증상을 찾지 못해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정맥류 진단과 치료 전문가 박상우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놔두면 없어지거나 좋아지지 않는다”며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여 하지정맥류가 피부 궤양으로 번질 우려가 있거나 통증으로 일상 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본지가 새롭게 선보인 의학 유튜브 콘텐츠 ‘이러면 낫는다’에 출연해 하지정맥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려줬다. 하지정맥류를 질환명으로 알지만 실제로는 만성 정맥 부전 증상 중 하나다. 이는 다리 정맥이 넓어지거나 혈관 속 판막이 손상돼 심장으로 가야 할 혈액이 역류할 때를 말한다. 이때 다리 혈관에 피가 고이며 피부가 부풀어 오를 정도(하지정맥류)가 되다 보니 마치 병명처럼 여겨진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혈관 돌출이 없더라도 하지정맥류 같은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잘 때 다리에 근육 경련이 자주 일어나거나 한쪽 다리만 유독 붓는 등의 경우, 눈에 보이는 하지정맥류 없는 만성 정맥 부전을 의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성 정맥 부전은 치료가 늦어지면 부종으로 변했다가 변색이 되고 종국에는 피부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함몰되는 궤양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다리가 붓거나 무거운 증상이 있을 때 초음파 검사를 받아 만성 정맥 부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치료법은 다양하다. 보편적으로 열을 이용해 혈관 내벽을 태워 역류 혈관을 봉쇄하는 레이저 시술이 있고, 더 낮은 온도의 열로 조직 손상을 줄이는 고주파 치료가 있다. 열 대신 의료용 생체 접착제로 혈관을 폐쇄하는 시술도 있다. 이 치료들은 정맥폐쇄율에선 비슷하지만 각각 뚜렷한 장단점이 있다. 레이저·고주파 치료는 혈관을 태우다 보니 별도 마취가 필요하고, 시술 후 주변 신경이나 조직 손상도 있을 수 있다. 멍도 많이 들고 압박 스타킹도 1~2주 신어야 한다. 반면 생체 접착제 시술은 마취 과정이나 신경 손상이 없고, 스타킹을 신을 필요도 없다. 그 대신 시술 부위가 가렵거나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는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다. 박 교수는 “베나실(생체 접착제 상품명)의 경우 알레르기 반응 빈도가 10명 중 3~4명에 달한다”며 “미리 알레르기 반응을 테스트할 수도 없어 누구한테 나타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밖에 문제 혈관에 경화액을 주사해 혈관이 몸에 흡수하도록 하는 혈관 경화 요법과 여기에 혈관을 물리적으로 자극하는 특수 기기를 더한 기계 화학 폐쇄술 등이 있다. 치료법마다 일장일단이 있어 의료진과 함께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걷거나 뛰는 운동이다. 다리근육이 정맥에 있는 피를 심장으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정맥 혈류가 역류하기 시작했다면 운동은 금물이다. 박 교수는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운동이 오히려 역류를 더욱 조장할 수 있기에 하지정맥류 치료를 받고 운동을 하거나 운동을 하더라도 압박 스타킹을 신고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