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도심을 덮친 가운데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수록 신장암과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박용현 교수, 단국대 보건과학대학 노미정 교수,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코딩교과 박지환 교수 연구팀은 국내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와 비뇨기계 암 발생률 간 관계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 암 연구 저널’(American Journal of Cancer Research)에 게재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8년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중 기준에 부합하는 23만1997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의 미세먼지 데이터를 연계해 2010년부터 8년간의 암 발생률을 비교·분석했다. 이때 미세먼지 등급은 우리나라 기준에 따라 좋음(0~30㎍/㎥), 보통(31~80㎍/㎥), 나쁨(81~150㎍/㎥), 매우 나쁨(151㎍/㎥ 이상)으로 나눴다.

그 결과 지역별 비뇨기계 암 발생률과 미세먼지 농도 분포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미세먼지 농도 중앙값(56㎍/㎥)을 기준 삼아 새롭게 비뇨기계 암을 진단받은 5만677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봤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미세먼지 노출이 많은 그룹(중앙값 이상)의 비뇨기계 암 발병 위험이 더 컸고, 특히 신장·전립선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흐름은 나이·성별·흡연·음주·고혈압 여부 등 다른 암 발병 관련 요인의 영향을 보정한 후에도 같았다.

다만 연구팀은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되더라도 규칙적인 운동으로 그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용현 교수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대상자의 경우 미세먼지 노출이 신장암과 전립선암 위험 증가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 됐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실내 공간에서라도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미세먼지는 암을 일으키는 1군 발암 요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앞서 진행한 유럽과 중국의 선행 연구에선 관련 결과가 서로 엇갈리게 나오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변수를 보정했으며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고 상관관계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