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깊은 산, 맑은 공기…. 삶이 피곤하고 마음이 지칠 때 우리는 이런 곳을 원한다. 그러나 유명한 휴양지는 어디를 가나 북적이고 진정한 쉼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나는 ‘덜 알려진 평화로운 곳’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경북 영덕이다.

동해안 중부에 자리한 영덕은 태백산맥이 가로막아 교통이 크게 발달하지 못한 곳이다. 포항과 울산이 일찍이 산업화의 길을 걸은 반면 영덕은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청정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지난주 영덕을 찾았다. 평일이라 더욱 한산했고, 바다는 더욱 푸르게 반짝였다. 새벽녘 일출을 보려고 바닷가에 나갔더니 강한 기운(氣)을 느낄 수 있었다.
포항과 가까운 장사해수욕장은 서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고, 해맞이공원, 경정항,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자동차로 달리며 경관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이곳에는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조성된 블루로드가 있다. 총 64.6km, 8개 구간으로 나누어진 이 길은 동쪽으로는 해안 절경을, 서쪽으로는 주왕산국립공원과 칠보산의 숲을 품고 있다.
전통과 자연이 조화로운 곳
바다와 산 사이, 영해면에는 너른 예주(禮州)평야가 펼쳐져 있다. 험준한 지형이 많은 경북에서 보기 드문 넓은 평야로, 오래전부터 선비 문화가 꽃피던 곳이다.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 불교계의 거목 나옹왕사가 태어난 괴시리 전통마을과, 인량마을에는 여전히 고풍스러운 기와집들이 남아 있다.
영해면 상대산 정상의 관어대(觀魚臺)에 올라 예주평야와 송천강이 어우러진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박경리 소설 《토지》의 경남 하동 최참판댁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과 넓은 들판이 떠올랐다.
대게만 있는 곳? ‘웰니스의 도시’로 거듭나는 영덕
영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게다. 마침 이번 주(3.14~16일)에는 대게 축제가 열린다. 이곳은 한류와 난류가 맞부딪치는 곳이라 물미역, 물가자미 등 질 좋은 해산물이 풍부하다. 또 송이버섯은 13년 연속 전국 생산량 1위를 자랑한다. 영덕 복숭아도 오래 전부터 유명해, 일제 강점기부터 통조림 가공까지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영덕은 이제 ‘맛있는 고장’에서 ‘건강한 고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웰빙·행복·건강을 뜻하는 웰니스(wellness)를 브랜드로 삼고, 관광지를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웰니스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자연, 치유, 의학, 명상, 먹거리, 피트니스, 힐링, 여행이 어우러진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미국의 쉐넌도어, 인도의 발리 우붓, 태국의 치앙마이, 인도의 리시케시처럼, 영덕도 한국을 대표하는 웰니스 도시로 도약하려 한다.
웰니스 실험 – 영덕의 도전
영덕군은 몇 년 전부터 ‘자연과 치유’를 핵심 테마로 삼고, 해마다 ‘영덕 국제 H웰니스 페스타’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한층 더 발전된 형태로, 한의학과 인도의 아유르베다(Ayurveda) 자연치유를 체험할 수 있는 웰니스센터도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운서산 장육사 인근에 자리 잡은 인문힐링센터 ‘여명’은 명상, 기공, 요가, 한방치료, 건강한 먹거리를 결합한 웰니스 콘텐츠 제작 및 보급의 거점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1~2박 동안 명상과 자가 한방치료를 배우고,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기공 수련, 고래불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 자연 식단 체험 등이 진행된다.
18살 때 군청에서 9급 주사보로 시작해 평생 영덕에서 일한 김광열 영덕군수는 “청정한 자연, 전통문화, 건강한 먹거리, 웰니스 프로그램을 갖춘 영덕이야말로 한국의 대표적인 ‘웰니스 명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