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냉대하라고 하는 여성의 질염은 주로 캔디다, 트리코모나스균 때문이거나, 질내 세균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로 발생한다. 여성의 질내에는 락토바실러스와 같은 유익한 세균이 서식하지만, 질내 세균이 유해한 균으로 변하면 질분비물이 늘어나고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는데 이를 세균질증이라고 한다.

세균질증은 가임기 여성 3분의 1이 걸려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병이다. 항생제로 잘 치료되지만, 3개월 이내에 50%가 재발하기 때문에 여성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질병이다. 이는 성병이 아니고, 정상적 부부 관계를 가지는 여성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최근 세계 최고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세균질증 치료 시 남편도 함께 치료한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세균질증으로 진단받은 여성으로서, 성행위 대상자가 남편으로 한정된 평균 29세 호주 여성 163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을 무작위로 배정해서 81명은 여성과 함께 남편도 항생제 치료를 일주일간 받게 했고, 82명은 여성만 치료받도록 했다. 3개월간 추적 관찰하면서 세균질증의 재발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여성만 치료한 경우는 세균질증이 63%에게서 재발한 반면에, 남편도 함께 치료했으면 35%만 재발했다.

남편 성기에는 성관계를 갖는 아내의 질에 있는 세균이 상주하기 때문에, 아내만 치료하면 남편 쪽 세균이 다시 여성 질을 감염시켜 재발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세균질증은 다양한 병균에 의해서 발생하고, 남편에게는 전혀 질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성병과는 구분된다. 아내가 세균질증으로 고생한다면 남편도 함께 치료받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