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기침을 달고 사는 이들이 있다. 특별한 원인 없이 기침을 반사적으로 반복하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 이후 만성적으로 기침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기실 기침은 해로운 물질로부터 폐와 기관지를 보호하는 필수 반사 작용이다. 하지만 유해한 자극에 노출되지 않음에도, 8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그때는 만성 기침으로 진단된다. 성인 100명 중 3~10명 정도가 만성 기침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여성과 고령에서 더 흔하다. 목과 기관지에 위치하는 기침 반사에 관여하는 신경들이 과도하게 예민한 상태로 있는 것이 만성 기침의 특징이다.
이병재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이런 기침 과민성 때문에 일상에서 노출되는 사소한 자극, 예를 들어 온도 변화, 향수, 먼지, 자세 변화, 음식 섭취, 말하기 등에 의해 목 가려움, 이물감, 기침 충동을 느끼고, 참을 수 없는 기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만성 기침은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끊임없이 나오는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큰 병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밀려오고, 두통과 피로가 유발되고, 여성은 기침할 때 복압이 올라가 요실금이 유발될 수 있다. 만성 기침으로 친구 및 직장 동료와 불편함이 생기기도 한다. 과도한 기침으로 갈비뼈에 골절이 오는 경우도 있다.
만성 기침 원인은 다양하다. 30% 정도는 이유를 모르는 특발성 만성 기침이 있고, 천식, 콧물이 목 뒤로 흐르는 후비루 증후군, 만성 비염 및 부비동염, 위식도 역류 질환, 일부 고혈압 약물(ACE 억제제) 등이 만성 기침을 일으킨다. 감기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후 기침이 오래 남아 있기도 한다.
이병재 교수는 “각종 검사를 통해 만성 기침 원인이 밝혀질 경우 유발 질환을 치료하면 증세가 좋아진다”며 “속이 쓰리면서 기침을 만성적으로 하면 위식도 역류에 의한 것으로 보고 역류 치료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유 없이 오는 특발성 만성 기침이거나, 유발 질환을 치료했는데도 기침이 계속되는 경우,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 요법을 하게 된다. 이병재 교수는 “기침은 결국 대뇌에서 기침 신경을 자극하여 오는 것이기에 이를 낮추는 코데인이라는 약물이 요긴하게 쓰이고 효과도 좋다”며 “일부에서 마약류 진통제로 쓰이지만, 기침약으로 쓰면 장기간 사용해도 중독성이 없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 교정 요법을 병행해야 만성 기침을 깔끔하게 잠재울 수 있다. 기침은 반사 자극으로 나오기에 이를 줄이면 조절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음악 콘서트홀에서 기침이 계속 나와 민망한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도 교정 요법을 쓰면 기침을 잠재울 수 있다.
우선 기침이 나올 때, ‘에헴~’ 같은 헛기침이나 ‘목 청소’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행동이 되레 기침 신경을 자극하여 기침을 반복적으로 나오게 한다. 기침할 때 나오는 가래를 계속 뱉어도 기침 신경이 자극된다. 가래를 삼켜 넘기는 게 좋다. 가래는 위장에서 안전하게 처리된다.
기침이 나올 때 물 한 모금을 꿀꺽 마시면 기침 신경이 진정된다. 여러 번 자주 물 한 모금을 마시는 게 좋다. 목 캔디를 빨거나 껌을 씹는 것도 기침 진정에 도움을 준다. 생활 속에서 담배 연기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병재 교수는 “기침은 심리적 반사 요인도 있기에 기침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약물 치료와 행동 요법을 성실히 하면 90% 이상에서 만성 기침이 해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