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빠른 속도로 걸으면 심방세동 같은 심장 부정맥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15일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자매 학술지 ‘심장’(Heart)을 통해, 걷기 속도와 심장 리듬 이상의 관계를 추적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걷기 속도는 심혈관 질환 및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 있으나, 심장 박동 이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다”며 “이번 연구에선 나이·성별·비만·흡연 등 기존 위험 인자와 함께 보행 속도의 영향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42만92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평균 연령은 55세였으며, 연구팀은 이들의 걷기 속도 정보 등을 평균 13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어 걷기 속도에 따라 ▲시속 4.8㎞ 미만의 느린 그룹(2만7877명) ▲시속 4.8~6.4㎞의 평균 그룹(22만1664명) ▲시속 6.4㎞ 이상의 빠른 그룹(17만1384명) 등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연구 기간 발생한 심장 리듬 이상은 심방세동 2만3526명, 기타 심장 부정맥 1만9093명, 서맥(느린 심장 박동) 5678명, 심실 부정맥 2168명 등 3만6574명이었다. 또 연구는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생활습관 요인 등 잠재적 영향을 모두 고려해 진행됐다.
그 결과 걷기 속도가 느린 그룹과 비교했을 때 빠른 그룹과 평균 그룹의 부정맥 위험은 각각 43%와 3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 위험은 각각 46%와 38% 낮았고, 기타 심장 부정맥 위험도 각각 39%와 21% 낮게 확인됐다.
걷기 속도와 심장 박동 이상 간 연관성 중 36%는 신진대사 및 염증 요인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이 연관성은 알려진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와는 무관했으나 여성·60대 미만·비만이 아닌 사람·장기 질환자 등에게서 더 강하게 드러났다.
연구팀은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 관계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걷기 속도와 부정맥 위험 간 연관성에서 대사 및 염증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평균 혹은 빠른 속도로 걷기가 대사·염증 경로로 매개되는 심장 부정맥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