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이가 건강을 위해 많이 걸으려고 애쓴다. 걸음 수를 측정해주는 앱(App)이나 스마트워치를 이용하여 하루 걸음 수를 체크하는 이도 많다. 하루 만보가 찍히지 않으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걸음 수를 늘리기도 한다. 하지만 근육학 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 걸을 때 걸음 수도 중요하지만 보폭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보폭을 넓히면 엉덩이와 다리 근육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인지 기능 개선에도 좋기 때문이다. 최근 이 같은 사실이 신경과학, 재활의학, 운동생리학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폭을 의도적으로 넓히는 동작은 단순 자동 보행과 달리 계획된 움직임에 해당된다. 보폭 길이를 인지적으로 조절하며 걷는 것은 전전두엽과 보행 조절 네트워크를 동시에 자극한다. 이런 행동이 뇌의 전전두엽을 더 많이 활성화시켜서 주의력, 판단력, 실행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보폭을 늘리는 걷기는 운동과 인지 기능을 동시에 사용하는 일종의 ‘이중 과제(dual-task)’ 효과를 준다.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쓰는 이중 과제 트레이닝은 일본에서 치매 예방 운동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보폭을 넓게 걷기 위해서는 균형 유지, 근력 조절, 발끝 위치 계산 등을 동시 수행해야 한다. 이는 뇌에 인지적 자극을 유도한다. 보폭 확장은 공간 인식 능력도 좋게 해 노년기 공간 기억력 저하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보폭이 좁은 사람이 치매 발생 위험이 3배 높았다.
김헌경(전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 한국헬시에이징 아카데미 소장은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보폭이 점점 줄고 보행 속도가 떨어진다”며 “걸을 때 율동적인 동작도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걸음과 뇌의 보행 조절 네트워크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인지 퇴행적 보행 변화는 치매 발생 10년 전쯤부터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또 “걸을 때 일정 구간이나 특정 시간대는 의도적으로 보폭을 10㎝ 더 넓혀서 걷고, 이를 평상적 걷기와 교대로 반복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보폭을 넓히면 뇌도 넓어지고, 인생도 풍성해진다. 걷기 품질이 뇌 품질도 바꾸는 셈이다. 따라서 보폭을 쉽게 넓힐 수 있는 걷기 기술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그래픽 참조>. 걸을 때 배와 항문에 힘을 주면 몸통 중심이 안정되어, 보폭을 넓히며 앞으로 차고 나갈 수 있다. 항문에 힘을 주면 골반저근과 엉덩이 근육이 수축된다. 이는 자연스레 골반과 척추 근육 정렬을 유도한다. 걸을 때 다리 추진력과 보폭 증가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몸통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다리를 더 길게 뻗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기 머리 끝을 위로 당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걷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몸통이 위로 솟으면서 걸음이 역동적이게 되고 보폭은 늘어난다. 거기에 팔꿈치가 몸통 뒤로 가도록 팔을 뒤로 쳐주면서 걸으면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이 커진다. 앞발을 착지할 때 무릎을 펴는 듯한 느낌을 가져서 좀 더 앞쪽으로 발을 내딛고, 발뒤꿈치가 먼저 지면에 닿도록 하여 안정감을 준다. 들숨에 배를 불리고, 날숨에 배를 조이는 복식호흡 리듬감을 유지하며 걷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