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처방약을 복용하는 경우 계피(시나몬)를 섭취하면 약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테크놀로지네트워크에 따르면, 미국 미시시피대학교 연구진은 계피의 주요 성분인 신남알데하이드가 일부 약물의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식품 화학: 분자 과학(Food Chemistry: Molecular Sciences)’ 학술지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계피가 요리용 향신료로 사용할 때는 안전하지만, 보충제 형태로 고농도 섭취 시 처방약의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계피는 시나모뭄 종의 나무껍질에서 추출되며 수세기 동안 요리 향신료와 전통 의학 재료로 사용됐다. 혈당 조절, 염증 완화, 심혈관 건강 개선 등 잠재적 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계피 기반 건강 보조 식품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오일이나 추출물 같은 농축 형태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구팀은 계피의 주요 성분인 신남알데하이드가 약물의 대사 제거를 조절하는 수용체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 결과, 신남알데하이드는 체내에서 신남산으로 빠르게 산화되며 대사 반감기는 약 2~5분이었다. 이는 신남알데하이드가 간을 통해 체내에서 빠르게 제거됨을 시사한다. 고농도의 신남산과 계피 오일은 장 및 간 유래 세포에서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핵수용체인 프레그난 X 수용체(PXR)를 활성화시켰다. 계피 오일은 또 다른 핵수용체인 아릴 탄화수소 수용체(AhR)도 강하게 활성화시켰다. 이 두 수용체는 모두 약물 제거에 관여하는 효소의 활성을 조절한다.
신남알데하이드와 계피 오일은 약물 대사 효소인 CYP2C9와 CYP1A2를 억제했다. 하지만 많은 일반 약물을 분해하는 주요 효소인 CYP3A4나 CYP2D6에는 유의미한 억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농축된 형태의 계피가 신체의 약물 처리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요리 향신료로 계피를 적당히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며 건강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고농축 보충제는 일반 음식보다 훨씬 높은 용량의 신남알데하이드를 함유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미시시피대학교 국립천연물연구센터(NCNPR) 샤바나 칸 박사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나 약물 처방자의 동의 없이 과도한 양의 계피 보충제를 섭취하면 처방약이 신체에서 빠르게 제거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약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칸 박사는 “고혈압, 당뇨병, 암, 관절염, 천식, 비만, HIV, AIDS, 우울증 등 만성 질환자들은 계피나 다른 보충제를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며 “처방약과 함께 보충제를 복용하기 전에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