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7일 호남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남도를 초토화 시켰다. 강이 범람하고 둑이 터지면서 전남 구례읍내 전체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구례뿐만 아니라 섬진강을 낀 지역은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산사태도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마을을 덮치고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특히 벌목을 하고 산을 깎아 태양광을 설치한 많은 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전국의 태양광 시설을 점검하라는 임무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이곳은 국내에서도 오지로 꼽는 곳이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산림훼손이 많은 곳으로 지적을 받은 곳이다. 정보를 수집하고 태양광 시설 현장을 위성지도로 확인했다. 장수군 천천면에 들어서자 이 곳 저 곳에 태양광 시설이 엄청나다. 먼저 위성사진으로 가장 심각한 곳이 반월마을 인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보이지 않는다. 인근 주민에게 위치를 물어보니 경계의 눈초리로 쏘아보며 한마디 하신다. ”태양광 하러 땅보러 왔수?” 지역주민들이 반감을 드러낸다. 일단 드론을 올려보기로 했다. 고도를 서서히 올리자 처참하게 깎여 나간 산자락에 시커먼 패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옆에는 그보다 더 넓은 면적이 벌목이 된 채로 속살을 드러냈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반월마을의 산이 태양광공사로 훼손돼 있다.2020.8.14.

건너편 산은 더 처참했다. 폭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흙더미와 패널들이 논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이 곳 역시 드론으로 내려다 보니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은 곳곳에 패널들이 숨겨져 있었다.산사태 지역은 인근에도 또 있었다. 이곳 역시 비탈진 곳에 패널들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고 이번 비로 여지없이 쓰러졌다. 드론촬영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기체가 산에서 부는 바람을 버텨야하고 태양광 시설은 패널에서 나오는 반사광과 각종 전파방해가 많아 조종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현장. 전남 순천시 외서면. 조계산을 끼고 송광사와 선암사, 낙안읍성이 있는 명산과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 역시 산 깊숙한 곳에서 자리잡고 있어 육안으로 보기 쉽지 않았다. 깊은 산골마을에서 어슬렁 거리는 모습을 주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건 전북 장수에서 겪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역시나 드론 모니터로 본 모습은 광활함 그 자체였다. 명품 조계산 산자락에 움푹 패 인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이렇게 남도지역은 풍부한 일조량 때문에 어딜가나 태양광 시설을 쉽게 볼수 있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명목으로 온 산하가 파헤쳐지고 있는 웃지못할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