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10명은 백신을 맞으러 병원에 제발로 갔을 만큼 건강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망자를 숨지기 전에 만나거나 통화한 주변 사람들은 “특별한 증상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고 했다. 사망자 10명 중 9명은 무료 백신을 맞았다. 이 중 6명은 지난 19일부터 무료 접종 대상이 된 70세 이상이었다.
전북 고창에서 사망한 78세 여성은 19일 오전 백신을 접종했는데 하루 만인 20일 오전 숨진 채 이웃에게 발견됐다. 전라북도청은 “평소 혈압약을 복용하는 등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날 오후 이 여성을 만난 이웃 주민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들도 “그날 저녁 어머니와 통화했는데 ‘약간 나른하다’고는 했지만 특별한 증상이 있었다고 하지는 않았다”고 방역 당국 등에 말했다.
같은 날 대전에서 숨진 83세 남성도 비슷하다. 대전시와 대전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일 오전 9시쯤 대전 서구의 한 의원에서 접종을 받았다. 그는 10여년 전 대장암과 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유족들은 “평소 오토바이를 직접 타고 가서 텃밭을 가꾸는 등 최근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면서 “한 달에 5~7회 정도 도배일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민인 53세 여성의 경우 유료 백신을 맞은 후 약 75시간 만에 사망했다. 그는 지난 17일 낮 12시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약 3일 뒤인 20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그날 오후 3시 사망했다. 평소 다른 질환을 앓았는지 여부는 현재 조사 중이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18세 청소년도 알레르기 비염은 있었지만 다른 중한 기저 질환은 없었다. 접종 전후 알레르기나 발열 등 특이 사항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신원이 일부 공개된 사망자 중 나머지 5명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크고 작은 질환을 앓고 있었다. 21일 백신 접종을 한 안동시 73세 여성은 이날 오후 6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21일 오후 10시 현재 확인된 바에 따르면 그는 고혈압과 뇌졸중을 앓았다. 20일 전남 목포에서 사망한 90대 여성도 평소 심장질환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백신을 맞은 지 3시간 30분 만에 사망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사망한 89세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10시 40분 독감 예방 접종을 한 후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다 2일 만인 21일 오후 사망했다. 그는 평소 당뇨와 고혈압 증상이 있었고 심장동맥협착증으로 스텐트 시술을 2차례 받았다고 한다.
지난 21일 오전 1시쯤 제주에서 사망한 69세 남성도 평소 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오전 8시 40분 독감 백신을 접종했는데 이후 몸살 기운과 함께 목이 아픈 증상이 나타났고 열이 났다. 그러다 호흡 곤란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갔지만 21일 오전 1시쯤 숨졌다.
지난 20일 대구시에서 사망한 78세 남성은 사망 원인이 질식으로 밝혀졌다. 대구시는 21일 “1차 검사 결과만 보면 백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일 낮 12시쯤 집 인근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직후 지인들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접종 약 12시간 만인 다음 날 0시 5분쯤 사망했다. 파킨슨병, 만성폐쇄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