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백신을 공동 개발해온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 속에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것은 화이자가 처음이다. 모더나도 조만간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원래 코로나 백신 1상 시작은 모더나가 5주 정도 빨랐다. 모더나는 지난 3월16일 시작했고, 화이자는 4월22일 1상을 시작했다. 그런데 임상 3상은 지난 7월27일 같은 날 착수했고, 중간 결과는 화이자가 지난 7일, 모더나는 16일로 화이자가 1주일 빨리 발표했다. 화이자는 지난 20일 미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지만, 모더나는 아직 하지 못했다.

두 회사의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은 똑 같은 mRNA방식이다. 남재환 가톨릭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논문과 발표를 보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효능이나 안전성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올림픽’에서 비슷한 백신을 개발하는데, 화이자는 어떻게 늦은 출발을 만회하고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을까.

화이자와 모더나 로고. /연합뉴스

먼저 “화이자가 모더나보다 백신 접종 전략을 잘 짰기 때문”(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둘 다 2회 접종 방식이다. 그런데 화이자는 1차 접종 후 3주 후에 2차 접종하고 1주 후에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프로토콜을 짰다. 반면 모더나는 1차 접종 후 4주 후에 2차 접종하고 2주 후에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한번 임상시험을 할 때마다 화이자 방식이 2주 짧은 것이다. 신약 임상시험은 3상까지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화이자는 6주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시작이 5주 늦은 화이자가 1주 먼저 중간 결과를 발표한 핵심 이유라는 것이다.

또 하나 차이가 모더나는 미 정부 자금을 받아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했지만 화이자는 정부 자금을 받지 않고 자체 자금으로 개발했다는 점이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 자금을 받아 공동 개발하면 정부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없고 보고할 사항도 많아 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론 미 정부는 지난 8월 화이자와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1억회분(5억회분 추가 구매 선택권)의 코로나 백신을 구매하는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연구개발비를 직접 지원한 것은 아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김우주 교수는 “모더나는 백신을 개발해본 경험이 없는 신생 제약사인 반면, 화이자는 백신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온 회사이기 때문에 임상 전략을 잘 짜고 정부 간섭없이 속도감있게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공동으로 금메달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미 FDA 산하의 ‘백신·생물의약품 자문위원회’는 12월10일 회의를 열어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모더나 백신도 동시에 검토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남재환 교수는 “두 회사가 긴급사용승인을 받더라도 앞으로 효능 지속 기간, 장기적인 안전성 등을 추적하는 ‘임상 4상’이 남아 있기 때문에 4상에서 진짜 승부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