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외제차량을 탄 모녀가 노숙인 무료급식시설을 찾아 도시락을 받으려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Vincenzo Bordo) 신부는 지난 12일 오후 페이스북에 “오늘은 아주 괴로운 날이다.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으로 글을 올렸다.
김 신부의 글에 따르면 성당에 찾아온 흰색 벤츠 승용차에서 내린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숙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김 신부는 그들에게 “따님도 계시고 좋은 차도 있으시기 때문에 여기 오시면 안 됩니다. 도시락이 모자랍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은 짜증을 내며 “이분은 저희 어머니이시고, 여긴 공짜 밥 주는 곳이잖아요? 왜 막으세요?”라고 항의했다. 김 신부는 “도시락은 노숙인분들을 위한 것이고, 아주머니와 할머니 때문에 다른 분들이 먹지 못 합니다.”라고 타일렀으나 여성은 계속해서 도시락을 받아가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모녀는 결국 무료급식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김 신부는 “이분들의 행동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고, 말은 우리 친구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이 가져가는 도시락 하나가 그분들에게는 한 끼일지 모르지만, 노숙인 한 명에게는 마지막 식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신부의 글에는 “어이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이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먹지 못하게 되는건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을 생각을 했을까요”, “차 팔아서 밥 사 드시면 평생 나눠 먹어도 다 못 드실만큼 일텐데...”, “제 눈에는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가난한 이의 양식마저 뺏어 먹으려는 못된 돌심보처럼 보인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탈리아 출신인 김 신부는 1990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로 일하고 있다. 안나의 집은 노숙인, 가출 청소년, 불우 아동 등을 돕는 시설이다. 김 신부는 2015년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특별귀화는 대한민국에 공로가 있는 것으로 정부가 인정한 외국인이 대상으로, 20년 넘게 이어온 봉사활동을 정부가 인정했다.